늘 그래왔듯, 사람들로 미어터지기 전에
새벽 지하철을 타기 위해
피곤에 쩔은 몸을 질질 끌고 걷고 있었는데—
발끝이 뭔가에 걸렸다.
순식간에 중심 잃고,
길바닥에 그대로 쳐박았다.
쿵, 소리와 함께 무릎과 손바닥에 싸늘한 냉기가 스며들었다.
“빌어먹을… 내 팔자 진짜 C...”
종종 급하게 걷다 넘어진 적이 있어서 그런지,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짜증섞인 자조의 한마디는 차가운 새벽 공기 속으로 그냥 흩어졌다.
곧바로 욱신거림이 올라왔다.
왼쪽 엄지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느낌이 좀 쎄했다.
속에서부터 찌르듯 아팠다.
근데 뭐,
아프다고 멈출 수는 없잖아.
맨날 조심해도 이 모양인데
살자고 움직이면 또 이렇게 된다.
출근은 해야지.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냥 또 그러려니 하고 회사로 갔다..
오전 내내 멍한 정신으로 일했다.
손가락은 점점 부어오르고,
통증도 미친 듯이 올라오고,
더는 못 버티겠어서 오후에 병원 갔다.
엑스레이 사진 속 엄지손가락은...
처참했다.
관절 부위에 선명하게 금이 가 있었다.
“엄지는 일상생활에서 정말 중요한 손가락이에요.
큰 병원 가셔서 정밀검사 받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수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의사의 말이
툭— 하고 가슴에 박혔다.
...벌써 다섯 번째다.
넘어지고, 다치고, 금 가고, 핀 박고…
새끼손가락 두 번,
왼쪽 중지, 오른쪽 중지…
그리고 이번엔 엄지.
조심해서 산다고 사는데,
몸이 원래 내 말을 잘 안 듣는지라
살짝만 삐끗해도 이 지경이 난다.
이러다 진짜 손가락 남은 게 없겠다.
지지리도 복이 없는 인생이다, 정말.
이 악순환은 도대체 언제 끝날까.
“인생 참 ㅈ같은게…너무 힘들고..너무 고달프다…”
나지막이 읊조린 혼잣말은 텅 빈 진료실에 울려 퍼졌다.
회사 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수술받을 시간은커녕 제대로 쉴 틈조차 없다.
회사에는 그저 별일 아닌 듯 둘러댔지만, 한숨만 나왔고,
살면서 짊어진 고단함이
갑자기 훅, 어깨를 짓눌렀다.
사는 게 너무 벅차다.
몸도 마음도 다 털려버린 느낌.
조심해도, 버텨도, 안 되는 게 있다.
연로하신 엄마한테는 당신도 아파서 지친 삶을 사시는데,
나까지 아프다는 걸 아시면 또 걱정하실까봐 말을 안 하고 있다.
살색밴드로 감싸진 손가락을 못 보게 이리저리 숨긴다.
연로하신 탓에 잘 보지 못 하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이제 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
이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싶다는 마음.
오늘처럼,
고작 작은 경계석 하나에 걸려 넘어진 내
인생이 참… 나약하기 짝이 없고 지랄맞구나 싶은게...
이 몸 하나 간수하는 것도 왜 이렇게 매번 전쟁 같을까.
조심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니까 더 억울하지.
무너진 무릎에 묻은 흙을 털어내듯, 삶의 무게를 털어낼 수 있다면.
인생이란 길 위에서
얼마나 더 부서지고 깨지고 넘어져야 끝이 날까.
수없이 넘어지고 부딪히며 살아야 할 만큼
하나도 가치도 못 느끼고 재미도 없는데…
그만하고 싶다…
그만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