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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었던 것처럼

by 돛이 없는 돛단배

인터넷은 사진으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추억을 찾고, 순간을 봉인한다.
웃는 얼굴, 여행의 풍경, 생일 케이크, 그리고 별 의미 없는 일상의 장면까지.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소중한 기억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사진은 전혀 다른 것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는 달랐다.
내 몸, 내 얼굴, 내 표정은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빚어온 질서에서 벗어나,
어딘가 비틀린 채 태어났다.
나는 얼굴뿐만 아니라, 손과 발을 포함한 내 온몸이
사진 속에 담기는 것이 싫다.
어딘가 뒤틀린 자세, 비정상적으로 굳은 손가락,
균형을 잃은 발끝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 박제된다는 생각에 숨이 막힌다.
그 하나하나가 내가 숨기고 싶은 것들이고,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웃을 때의 표정은 어딘가 어색했고,
사진 속 나는 늘 낯설다.
어쩌면 그게 진짜 내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 견디기 힘들다.
꾸미지 않은, 숨기지 않은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은
마치 오래된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꺼림칙하다.
나는 그 얼굴을 부정하고 싶고,
다시 덮어버리고 싶다.
내 진짜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깊이 소모시킨다.

나는 사진을 혐오한다.
누군가는 "한 장쯤은 찍자"며 가볍게 웃지만,
나는 그 말이 반갑지 않다.
나의 이상한 모습이 누군가의 폰에 저장되고,
어디론가 업로드되어 영원히 남는다는 생각이 괴롭다.
카메라 렌즈 앞에 선 순간, 나는 내가 감추고 싶은 모든 것을
세상에 스스로 넘겨주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는 그저 가벼운 추억이라 말하겠지만,
내게 그 사진은
내 불완전함을 고정된 형태로 봉인해버리는,
침묵의 낙인 같다.

내 핸드폰에는 내 사진이 세 장 남짓 있을 뿐이다.
모두 증명사진을 위해 찍은 것들이다.
억지 미소도, 꾸밈도 없이 정면을 응시한 채
감정을 지운 얼굴로 찍은 사진들.
그나마 무표정이기에,
흉하게 보이지도 않고
장애가 있는 티도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사진을 보면 그냥 조금 무뚝뚝한 사람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 속에 어떤 불편함이나 결함이 숨어 있는지,
굳이 눈여겨보지 않는 이상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사진들만 남겨두었다.
최소한의 나, 설명 없이 통과할 수 있는 나.
기억으로도, 감정으로도 연결되지 않는
그저 신분을 증명하는 용도의 나.

예전의 사진들은 대부분 지워버렸다.
어떤 건 찢었고, 어떤 건 불태웠다.
그 흔적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얼굴이 나라는 것,
그 속에 담긴 고통이 내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선명해서 견딜 수 없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사진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삶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내게 사진은 '박제된 고통'이다.
단 한 장의 이미지 속에
내가 얼마나 외롭고, 망가졌으며, 견뎌왔는지가 담긴다.
내가 지우고 싶은 기억을
세상은 선명하게 저장하고 공유한다.

그리고 그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간다면,
나는 그 이미지로 영원히 남는다.
내가 사라진 뒤에도,
그 어색하고 왜곡된 얼굴이,
조롱당할지도 모를 표정이
디지털 어딘가에서 끝없이 복제되고, 떠돈다.

나는 그런 식으로 남고 싶지 않다.
나는 사라지고 싶다.
흔적 하나 없이,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도록.
사진은, 디지털 이미지는,
나의 고통을 박제하는 가장 날카로운 도구다.

사람들은 나의 이런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과민하다고 말하고,
스스로를 갉아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내 눈으로 세상을 본 적 없고,
내 얼굴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본 적 없다.
그들은 내가 살아온 수치와 혐오, 침묵과 절망을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남기고 싶지 않다.
기억도, 기록도, 상징도.
아름다운 순간이든, 평범한 일상이든
나는 그 어떤 것도 남기고 싶지 않다.
내 존재의 파편들을 모두 지우고,
내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히게 하고 싶다.

이것은 단지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내 고통과 수치, 상처가
이 세상 어딘가에 계속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인터넷이든, 사람들의 기억 속이든
나는 그 어디에도 남고 싶지 않다.

조용히, 완전히, 무의미하게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
그렇게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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