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교로는 닿지 않는..

by 돛이 없는 돛단배

나도 그저 나약한 인간이다.
그 사실을 감추려 한 적도 없고,
지금 이 상태로 살아남은 것이 강해서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어떻게든 하루를 넘기고,
그다음 날을 맞이하며 여기까지 온 것뿐이다.
이걸 의지나 단단함 같은 말로 포장할 생각은 없다.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예로 들며
힘내라고 말할 때,
그 말이 나에게 깊이 들어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더 큰 고통을 떠올린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덜 힘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 비교는 내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남과 비교하며 버텨온 적이 없고,
그럴 만큼 마음의 여유도 없다.

상담을 받을 때도 비슷한 순간이 온다.
내 이야기를 하는 중에
다른 사람의 사례가 자연스럽게 끼어들곤 한다.
더 심한 경우, 더 잘 견딘 사람, 결국 좋아진 누군가.
하지만 그런 말이 나에게 닿는 방식은
대부분 의도한 것과 다르다.
내가 겪는 현실은 그대로인데
누군가의 이야기 아래에서 다시 정리되는 느낌이 들면
더 이상 말할 이유가 흐려진다.
그 순간 상담을 계속 받아야 할 의미도 희미해진다.

나는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타인의 경험을 기준 삼아 나를 다독일 힘도 없고,
누구의 고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을 만큼 넉넉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강한 척하거나 숨기려는 마음도 없다.
나는 그냥 나약한 인간이고,
지금까지 버텨온 것도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른 장애인 이야기를
굳이 비교처럼 말하는 걸 안 했으면 좋겠다.
누구의 고통이 더 크고, 누가 더 잘 견뎠는지를 기준으로
내 삶을 설명하려는 방식에서
나는 아무런 위로도 얻지 못한다.
그저 내 이야기는 내 이야기 그대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그게 나의 바람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