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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

by 돛이 없는 돛단배

오늘, 전 직장에서 가장 친했던 동료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그 친구는 내 바로 옆자리였고, 같은 팀이었으며,
퇴근하면 늘 함께 술 한잔하던 단짝이었다.

서로 의견이 안 맞아 싸운 적도 많았지만,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마주 앉아 웃으며 술을 마셨다.
그때는 그냥, 내 옆에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게 고마웠다.
같이 마셔주는 것만으로도.
물론 그 친구도 그냥 술을 좋아해서였겠지만,
그래도 그 ‘같이’라는 게 참 큰 위로였다.

결혼식장 앞에는 오랜만에 본 얼굴들이 가득했다.
작년 겨울 또 다른 동료의 결혼식 이후로,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 빼고 끼리끼리는 종종 만나고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서로 반갑다고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묻고,
짧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때 같이 일하던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일은 힘들었지만 참 재밌었던 회사생활이었다.
끝내 투자를 받지 못해 버티지 못했고,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료들이 많이 아쉬워하면서
흩어져 각자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

그 이후로 네 명의 동료가 결혼했고,
오늘이 다섯 번째였다.

식이 끝나고 인사를 나누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제야 마음이 이상하게 가라앉았다.

아마 식전에 다 같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 빼고는 전부 결혼했거나, 연애 중이거나,
누군가는 동거 중이라는 걸 들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다들 각자 평범하게 자기 인생을 꾸려가고,
그렇게 각자의 자리를 채워가고 있었다.

세상은 저렇게 돌아가는데,
나는 애초부터 그 바깥에 있는 존재다.

걸음을 옮길수록
세상이 점점 나를 두고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만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길에는
의미도, 재미도, 목적도 그 어떤것도 없었다.

그냥 버텨지는 만큼 버틴다.
살고 싶다기보다,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아서 남아 있는 것 같다.
하루를 넘긴다는 건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니다.
그냥 눈을 뜨고, 일하고, 웃는 척하며,
사는 척을 한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괜찮은 사람인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사람들은 대부분 그 겉모습만 본다.
그래서 더 쉽게 속이고, 더 외로워진다.

그러다 문득,
모든 게 공기처럼 가벼워지고,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버거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냥 울고 싶어진다.
이유도 없다.
누가 미워서도,
무엇이 아파서도 아니다.
그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숨이 아직 내 안에 머물러 있다는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도,
어딘가 미칠 듯이 슬퍼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세상이 나만 빼고 계속 움직이는 그 감각이
차라리 고문처럼 느껴진다.


또 도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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