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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May 31. 2024

지하철 2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는 것은 나에게 일상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출근길,

오늘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에서, 나는 일종의 '생존 게임'을 준비한다.

지하철이 도착할 시간을 예측하며 플랫폼 끝에 서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은 이미 일상이다.

지하철이 플랫폼에 다가올 때마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혹여나 사람이 많아 손잡이를 잡을 수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재빨리 안을 확인한다.

복잡한 풍경 속에서 손잡이나 기둥을 찾는 것은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퍼즐을 푸는 것과 같다.

잡을 데가 없다 생각되면 나는 얼른 다른 사람들이 탈 수 있게 옆으로 비켜준다.

그리고 다음 지하철을 기다린다.

하지만 운이 좋아서 손잡이나 기둥이 눈에 띄면, 나는 지체 없이 지하철에 오른다.

마치 승리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기분이랄까. 잡을 곳을 찾은 후, 재빨리 손잡이를 힘껏 잡고 발을 안정감 있게 고정한다.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신다.

어느덧 지하철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는 오늘도 무사히 올라탔음에 내 마음을 진정시킨다.

지하철 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사회다.

각자의 일상에 바쁜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속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불가피하게 스쳐가는 시선과 몸짓은 일종의 무언의 대화다.

나도 그 일원으로서 이 작은 사회에 속해 있음을 느낀다.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손잡이를 잡지 않고도 중심을 잘 잡는다.

그들은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하거나,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하거나 심지어 눈을 감고 쪽잠을 자는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화장을 하느라 분주하다.

이들을 보면서 나는 문득 부러움을 느낀다.

그들에게는 지하철의 흔들림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자연스럽게 서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나는 양 손 다 장애가 있어서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손이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다른 손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저 멍하니 주위를 둘러본다. 천장에 붙어있는 광고표지판을 읽어보기도 하고, 광고모니터에서 반복되는 영상을 지켜보기도 한다.

때로는 지하철노선도를 확인하며 다음 역을 세어보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출근길이 조금은 덜 지루하게 느껴진다.

가끔은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을 힐끗힐끗 보기도 한다.

바쁘게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창밖을 응시하는 사람들,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 그들 중에는 아름다운 여인들도 있다.

나는 그런 여인들을 슬쩍슬쩍 몰래 보면서 눈호강을 시킨다. 

그들의 평온한 모습은 내게 작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서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내 안의 생각들과 대화를 나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서버에서 캐싱하는 방법으로 뭐가 좋을까’라는 머리아픈 개발 이슈까지.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짧지만 깊은 고민과 사색의 시간이다.

물론, 지하철 안에서의 시간은 늘 쉽지 않다.

긴장된 근육과 마음의 피로감은 내게 끊임없이 도전해 온다.

하지만 나는 그 도전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나만의 평온을 찾으려 노력한다.

지하철의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잡고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조금 더 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한다.

지하철을 타고, 손잡이를 잡고, 중심을 잡기 위해 애쓰며.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는 내 방식대로, 나만의 출근길을 걸어간다.

그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찾아가고,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잡고 서 있는 시간은 그저 일상의 한 부분이 아니라,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 지하철이 다시 멈추고, 나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잡고 있던 손잡이를 놓고, 서둘러 내린다.

앞사람의 발에 걸려서 넘어지지 않도록 계속 긴장을 유지하면서 흐름에 맞춰 걸어나온다.

그리고 출구를 향해 걸어가며 지하철 안에서의 긴장과는 다른 종류의 활력이 나를 감싼다.

지하철에서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순간이 모여 하루를 만들어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지하철을 타야 한다.

여전히 바쁜 사람들 속에서 나는 또 한 번의 '생존 게임'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이 작은 일상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이 도착하면 다시 한번 긴장되겠지만, 그 또한 하루를 살아가는 소중한 부분임을 깨닫는다.

지하철에서의 작은 긴장과 안도, 그 모든 것이 모여 나의 하루를 완성해준다.

오늘도 지하철과 함께하는 나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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