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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May 31. 2024

만약에

가끔 나는 만약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해보곤 한다. 

이 상상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를 자유롭게 만들고, 

허무한 상상들로 가득 찬 삶을 그려보게 한다. 


'나는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어, 

깊이 있는 사색과 토론 속에서 지적인 즐거움을 만끽한다. 

대학 강의실에서 나누는 토론은 언제나 흥미롭고, 

때로는 나를 철학의 심연으로 이끌기도 한다. 

아마도 나는 소크라테스나 칸트의 이론을 탐구하며, 

나만의 철학적 관점을 정립해 나갔을 것이다. 

한편으로 나는 전자기타를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여 프로그레시브 락 음악을 만들고,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기타를 퉁기며, 

나의 음악이 관객들의 심장을 울릴 때의 쾌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숙녀팬들 앞에서 멋지게 공연을 마치고 난 후, 

환호성과 박수 소리에 둘러싸인 그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순간일 것이다. 

음악을 하지 않을 때면, 

나는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며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또한 나는 가끔 혼자 배낭여행을 떠난다.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며, 

그곳의 문화와 자연을 경험하는 여행은 나에게 큰 영감을 준다. 

여행 중에는 아무에게도 속박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온전히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나는 많은 여자를 만나면서 자유로운 연애를 즐긴다. 

주말마다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 매번 새로운 모험을 찾는다. 

카페에서 시작해 한강공원, 영화관, 모텔, 카페, 바닷가, 맛집 탐방까지 데이트 코스는 다채롭게... 

친구들은 나를 ‘코리언 카사노바’라 부르며 부러워하지만, 

정작 나는 그저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방탕한 생활이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날, 데이트 중에 그녀의 이름을 헷갈려서 뺨을 휘갈기는 날도 있다. 

결국, 

나는 나이가 들어서 혼자 남게 된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가정을 꾸리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혼자다. 

화려했던 젊은 시절이 무색하게, 

노년의 나는 외로움 속에 살다가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

 ...'



현실의 나는 여전히 많은 제약 속에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나만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다르다. 

이곳에서는 나의 상상력과 꿈이 무한히 펼쳐진다. 

장애가 내 길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 상상력을 억제할 수는 없다. 

나는 이 상상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현실은 나를 가두지만, 나만의 세상에서 나는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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