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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May 31. 2024

셀프

나는 셀프서빙 식당에 들어설 엄두도 내지 못한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음식을 가져다 먹는 모습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 늘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고,

대표적으로 맥도날드, 롯데리아, 뷔페 같은 곳은 꿈도 꾸지 못한다.

대신 서빙해주는 곳을 찾아다니며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날이 많다.


식당에 들어가 메뉴를 고를 때조차 나는 어려움을 겪는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도 발음하기 쉬운 메뉴를 골라서 시키는 경우가 많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는 대신,

단순히 말하기 쉬운 메뉴를 고르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 순간순간마다 나는 내가 얼마나 무력한지,

그리고 이런 일들이 얼마나 나를 옥죄는지를 느낀다.

서빙을 해주는 식당이라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물을 셀프로 가져다 마셔야 하는 곳에서는 물 한 모금도 못 마시고

음식만 먹고 나오는 일도 있다.

나는 항상 목이 마른 채로 음식을 먹으며,

물을 가져다 마실 수 없는 나의 상황에 좌절감을 느낀다.


카페에서의 일도 나에게는 큰 도전이다.

예전에는 뚜껑이 있는 일회용 컵에 커피를 받아 카페 안에서 편안하게 마시곤 했다.

하지만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된 이후로는 상황이 달라졌다.

머그잔을 들고 걸을 수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에 주문하여 무조건 밖으로 나가 거리에서 커피를 마셔야 한다.

카페 안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나는 그러지 못한다.

길가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음식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고,

편안하게 물을 마시지도 못하며, 카페 안에서 여유를 즐기지도 못한다.

나의 일상은 항상 이런 작은 불편들과의 싸움으로 가득 차 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느끼는 슬픔과 분노가 나의 마음을 짓누른다.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을까? 왜 나의 삶은 이렇게도 힘들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어쩔 수 없이 매일같이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작은 불편들이 나의 하루하루를 무겁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다시 집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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