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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May 31. 2024

고시원

어렵게 회사를 들어갔다. 

그곳은 내가 오랜 시간 꿈꿔온 자리였다. 

그토록 바라던 목표를 이루게 된 기쁨도 잠시, 현실적인 문제들이 하나둘씩 눈앞에 펼쳐졌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출퇴근이었다. 

나는 몸이 불편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다.

그래서 회사 근처에 있는 고시원을 얻기로 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서울에 막 올라왔을 때 내 주머니에는 단돈 십원도 없었다.

서울에서의 나의 새로운 일상은 1.5평의 고시원에서 시작되었다. 

좁고 낯선 공간이었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이 공존했다.


매일 아침, 

나는 사람들이 출근하고 난 뒤 조용해진 시간을 기다렸다. 

부엌으로 들어가는 일은 일종의 전쟁이었다. 

다른 사람이 들이닥치지 전에 얼른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그릇에 밥을 펴서 후다닥 방으로 돌아왔다. 

그 방은 작지만 나만의 공간이었다. 

고시원의 복도 끝에 위치한 작은 방 안에서, 

나는 홀로 밥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을 다 먹은 후에는 다시 부엌으로 가서 그릇을 후다닥 씻었다. 

그 후 샤워실로 들어가 다른 사람이 빨리 썻으라고 두드리기 전에 재빨리 몸을 씻어냈다. 

남들과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나만의 루틴을 완벽히 지키며 움직였다.

회사에서는 일부러 늦게까지 일을 했다. 

고시원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 고시원 사람들 대부분이 잠든 시간에야 비로소 방으로 돌아왔다. 

좁은 공간에서의 생활은 불편했지만, 

그 안에서도 나만의 규칙과 질서를 찾아갔다. 

나의 하루는 철저히 계획되었고, 

그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런 생활이 이어지며 고독은 늘 곁에 있었지만, 

그 고독 속에서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고시원에서의 5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불편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작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 노력했다. 

회사에서의 성취가 커질수록 고시원에서의 생활도 점차 익숙해졌다. 

내가 선택한 길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그 시절의 나는 나의 일부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시절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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