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돛이 없는 돛단배 May 31. 2024

일상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일상 속에서 겪는 고충들은 때때로 저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전화가 올 때도 문제가 많습니다.

유선상으로는 말을 더 알아듣기 힘들기 때문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아예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중요한 전화일 때는 받지 않아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도 합니다.

오늘도 그런 상황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전화를 놓쳐버려서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방을 구하러 다닐 때도 참 힘듭니다.

장애인인 것을 보고 성을 내며 그냥 가버리거나 문을 닫아버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방을 구할 때는 형이나 누나가 대신 구해줍니다.

이사 들어가는 날에야 비로소 내가 살 집을 구경하게 됩니다.

오늘도 형이 대신 방을 구해주러 나갔습니다.

내가 살 집을 직접 보고 선택하지 못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속상합니다.


가게에서 어르신이 거스름돈을 줄 때는 마치 아이에게 주는 것처럼 돈을 세어가며 확인시켜 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참 묘합니다.

이래뵈도 20년차 프로그래머인데...

오늘도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데, 어르신이 돈을 세어가며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그 순간, 나는 아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약간 불쾌하기도 합니다.


어딘가에 전화를 해야 할 때도 항상 형이나 누나를 통해서 해야 합니다.

아니면 채팅으로 얘기하면 대신 전화해주는 장애인전화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오늘도 중요한 전화를 형을 통해서 해야 했습니다.

직접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합니다.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줌마가 나에게만 전단지를 주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마치 내가 전단지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아픕니다.

오늘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어른들이 나를 보면서 쯧쯧거리며 혀를 차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짜증이 납니다.

그들은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들의 그런 태도가 더 불쾌합니다.


이런 일들이 나의 일상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하는 수많은 고충들. 매일매일이 작은 싸움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는 버티고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조금 더 나은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학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