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돌아가던 나의 2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의 시간들은, 마치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느껴졌다.
매일 아침, 채 가시지 않은 피로감을 안고 출근하면,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종일 모니터 화면과 씨름하고,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있었다.
스트레스는 늘 어깨 위에 무거운 짐처럼 얹혀 있었고, 체력은 바닥을 보이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그 고된 일상 속에서,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나에게 힘이 되어준 존재들이 있었다.
바로 함께 땀 흘리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동료들이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밤샘 작업을 함께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끈끈한 동료애로 묶여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가 더욱 특별해진 건, 사무실 문을 나선 후였다.
퇴근 시간이 되면,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삼삼오오 모여 회사 근처 포장마차나 작은 술집으로 향했다.
그곳은 하루 동안의 고단함을 술 한 잔에 녹여내리는 해방구이자, 서로의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비밀 아지트와 같았다.
딱딱한 업무용어가 오가던 사무실과는 달리, 술자리에서는 편안하고 솔직한 대화들이 꽃을 피웠다.
우리는 서로의 업무적인 고충을 나누며 깊이 공감했고, 때로는 개인적인 고민이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더욱 가까워졌다.
어떤 날은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생활의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로는 연애 이야기나 가족 이야기까지, 우리의 대화 주제는 끝이 없었다.
술기운에 얼굴이 붉어진 채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때로는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응원해주었다.
막차 시간을 놓쳐 택시를 함께 타고 돌아가던 새벽, 비틀거리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 밤들의 풍경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다음 날 아침, 숙취와 피로감에 시달리면서도, 우리는 왠지 모를 든든함과 유쾌함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이, 함께 밤을 지새우며 나눴던 허심탄회한 대화들 덕분이었다.
장애가 있는 나를 동료들은 조금도 불편하게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다가와 “오늘 한잔할까?”라고 물어봐 주고, 술자리에 자연스럽게 나를 끼워주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 그들은 주저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어쩌면 내가 그들에게 업무적으로 도움이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씀씀이는 단순한 업무 협력을 넘어선 진심이었다고 믿는다.
나는 그들의 배려에 늘 감사했고, 체력이 좋지 않은 날에는 2차나 3차는 정중히 사양하며 그들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바쁜 업무에 치여 정신없이 흘러가던 시간 속에서도, 동료들과 함께했던 술자리는 나에게 큰 위안이자 활력소였다.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녹초가 되었지만, 우리는 이상하게도 술을 마실 힘은 남아 있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었던 소소한 이야기들, 서로에게 건네던 따뜻한 격려와 위로는 고된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마법과 같았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그 힘든 시절을 어떻게 버텨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참으로 치열하게, 그리고 뜨겁게 살았다.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렸고, 때로는 좌절하고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내 곁을 지켜주었던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단순한 직장 동료 이상의 존재, 힘든 시기를 함께 헤쳐나간 소중한 버팀목이었다.
고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기억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그리고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훨씬 더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렇게 끈끈했던 동료들과의 인연은 회사를 떠나면서 점차 희미해져 갔다.
이직 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가끔씩 연락이 오는 경우는 대부분 업무적으로 필요한 일이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반갑게 전화를 받고 성심껏 답변해 주었지만,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되는 연락에 점차 지쳐갔다.
어쩌면 그들에게 나는, 필요할 때만 찾게 되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텅 빈 연락처 목록을 바라볼 때면 왠지 모를 서운함과 씁쓸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뜨거웠던 밤들의 약속들은, 그 끈끈했던 우정은 정말로 그때, 그 공간 안에서만 존재했던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에 가슴 한편이 시리도록 아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