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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02. 2024

짝사랑

2019.04


오늘도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솔직히 말하면,

그 친구는 힘들 때만 나에게 연락을 한다.

다른 때는 연락이 없고,

내가 먼저 연락을 하면 잠깐 얘기하다가

빨래를 해야 한다거나, 자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대화를 끝낸다.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도 나는 그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어서 인연을 끊지 못하고 있다.

무려 25년이나 그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 상황이 바뀌기를 바라지만,

그 친구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오늘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고, 이 감정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친구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그 친구는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그 친구가 나에게 좀 더 신경 써주길 바란다.

내 메세지는 그리 반갑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먼저 메세지 보내는 건 자제하면서  메세지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막상 메세지가 오면 자기 얘기만 하거나

아니면 몇마디 일상적인 얘기만 나누다가

잘 자~

는 인사로 끝이 난다.

잠깐의 대화 후에 또다시 혼자가 되는 기분은 참 쓸쓸하다.

그런데도 나는 그 친구와의 인연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마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왜 이렇게까지 그 친구에게 집착하는지, 나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내가 더 상처받기 전에 이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 친구와의 추억이 많아서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마음이 그리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오늘도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 친구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과,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 사이에서 갈등하는 하루였다.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게 그 친구를 놓지 못하는 걸까?

이런 내가 정말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내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그 친구가 소중하고,

이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욕심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장애인인 나와 30년째 친구로 지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내 욕심을 채우려는 나 자신이 비참하고 절망스럽다.

힘들다는 메시지가 오면,

나는 그저 무기력하게 귀를 기울이고,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편을 들어주며,

따뜻한 말 몇 마디로 위로하려고 애쓸 뿐이다.

이런 무력한 나의 한계가 더욱 나를 절망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러다 결국 나는 더 큰 상처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곁으로는 축하하는 척 하겠지...

하지만 정작 나는 과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마치 나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고통과도 같을 것이다.

나는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겠지.

실제로 그 순간이 닥친다면 나는 결국 무너지고 말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그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고, 그 친구의 말을 듣는다.

참 한심한 내 모습.

그래도 나는 그 친구를 25년 동안 짝사랑해왔고,

그 마음을 쉽게 접을 수가 없다.

오늘도 복잡한 마음을 안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도 사는게 너무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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