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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04. 2024

방패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산다는 것은 참으로 묘한 경험이다.

그 사람이 얼마나 멀리 있든,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루의 모든 순간이 그 사람으로 가득 찬다.

나에게도 그런 그녀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는 나에게 있어

다른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떨쳐버리게 하는 강력한 방패이기도 했다.


--

사람들은 종종 장애인을 대할 때 특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행동은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장애인들은 이를 자신에 대한 호감으로 오해할 때가 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고백을 하게 되고,

이는 상대방을 당혹하게 만든다.

상대방은 그저 도와주고자 했던 행동이

뜻밖의 감정 고백으로 이어지자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다시는 안 나타난다.

결국 잘못된 착각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가 손상되고,

마음의 상처만 깊어지게 된다.

장애인들은 진정한 감정과 배려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강력한 방패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이 조금만 이쁜 사람에게 친절을 받으면 쉽게 마음을 뺏긴다고 한다. 

나도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나를 잘 챙겨주는 사람에게 살짝 아주 살짝 흔들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를 떠올렸다.

그녀를 향나의 마음은 나를 지켜주는 방패와도 같았다.

--


대학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결혼을 했고,

나는 이제 영영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를 마음속에 품은 채 힘을 얻으며 방패로 삼았다.

10년이 흘러,

혼자가 된 그녀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었고,

우리는 15년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지탱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더욱 큰 힘을 얻었고,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이제는 그녀가 내 곁에 없지만

그녀와 함께한 억들은 나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그녀는 나에게 있어 짝사랑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록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지만,

그녀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견뎌낼 수 있었고,

열심히 살아왔으며,

나의 존재를 이어올 수 있었다.


시골에서 빈손으로 올라와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고액 연봉에 회사를 다니고 있다.


이 모든 건  여인이 이 세상에 같이 존재해 주었때문에 가능했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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