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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05. 2024

투싼 ix

나는 원래 운전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았다.

그저 지하철을 이용하며 평범하게 지내던 나였다.

사회초년생 시절,

3년째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져 3개월 동안 임금이 체불되었고,

직원들은 모두 노동청에 진정을 신청했다.

몇 달 후, 우리가 못 받은 돈이 퇴직금과 함께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목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갑작스레 생긴 이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중,

이 액수가 SUV 한 대를 살 수 있는 금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족과 상의한 끝에,

나는 생애 처음으로 차를 사기로 결심했다.

몇 개월에 걸쳐 2종 오토 면허를 준비하여 한 번에 합격하고,

운전 연수를 5번이나 받으며 운전에 적응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후,

나는 현금으로 당시 인기였던 투싼ix를 구매했다.

차를 구입한 후,

그동안 다리가 아파서 다니지 못한 곳들을 가보자는 생각에

매년 휴가 때마다 차를 끌고 전국 곳곳을 여행했다.

내가 가보지 못한 명소들을 찾아다니며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그러나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니

점점 그 재미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행지에 온 사람들은 다 커플이거나 가족, 친구들이었고,

나만 혼자라는 사실에 외로움과 쓸쓸함이 몰려왔다.

그 후로는 차를 끌고 여행 가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가끔 엄마를 모시고 합천 집에 다녀오거나

마트에 갈 때만 운전하게 되었다.

그렇게 차는 주차장에 주구장창 세워놓기 일쑤였다.

차를 산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주행거리는 고작 3만 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았고,

차도 여전히 멀쩡하다.

차를 처음 샀을 때의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쌓았던 추억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운전을 통해 느꼈던 자유와 여행의 즐거움은 물론,

혼자라서 느꼈던 외로움까지 모두가 나의 소중한 기억들이다.

비록 지금은 차를 많이 타지 않지만,

차는 여전히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 같은 존재다.

운전을 전혀 생각지 않았던 내가,

목돈을 손에 쥐고 충동적으로 차를 샀던 그 결정이

나의 삶에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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