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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이 없는 돛단배
Jun 07. 2024
서울에는 아름다운 장소가 많다.
한강변, 남산, 경복궁, 북촌 한옥마을 등.
그러나 나는 그 중 극히 일부만 가보았을 뿐이다.
대부분은 TV 속에서나,
명소를 걸어다니며 생생하게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구경만 해봤을 뿐이다.
나는 다리가 불편해서 걷는 자세가 온전치 않다.
그래서 고작 출퇴근 때 걷는 것만으로도
발가락에는 티눈이 생기고,
발톱이 빠지며,
신발도 금방 닳아 오래 신지 못한다.
30분 이상 걸으면 입술이 퍼렇게 질릴 정도로 발이 아파 더 이상 걸을 수 없다.
걷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을 수반한다.
때문에 서울 시내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눈앞에 두고도 쉽게 가지 못한다.
사실,
마음속에는 늘 그런 곳들을 찾아가 보고 싶은 갈망이 있다.
남들이 일상처럼 누리는 그 풍경들을 나도 직접 보고 느껴보고 싶다.
하지만 내 다리가 허락하지 않기에 그저 상상 속에서만 그려볼 뿐이다.
나는 대신,
그런 곳을 담은 영상이나
외국인들이 놀러 간 유튜브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사람들이 웃으며 걷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 곳에 있는 것처럼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 영상에 나오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서울의 밤하늘 아래서 반짝이는 한강의 불빛,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인사동의 거리,
고요함이 흐르는 창덕궁의 후원 등,
내가 직접 갈 수 없는 곳들을 눈으로 열심히 눈에 담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들을
바로 코앞이 있음에도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은 정말 슬프다.
그저 영상 속의 환상일 뿐, 현실에서의 나는 그곳에 닿을 수 없다.
나의 다리는 나를 그 장소들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킨다.
나는 영상 속의 풍경을 보며 마치 투명한 벽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