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09. 2024

감정

차라리 감정을 못 느끼는 멍청한 바보였다면,

불행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감정이란,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감정의 무게는 때때로 너무나도 벅차다.

어린 시절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세상이 재밌다기보다는 무섭고 불공평하게 느껴졌었다.

작은 일에도 슬픔을 느끼고,

모든 것이 두렵고 힘들었다.

장애로 인해 겪는 차별과 고통은 어린 마음에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다.

차별받고 외면당하는 경험들이 쌓여가며,

나는 더 이상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되었던 것 같다.

감정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슬픔을 통해 인생의 깊이를 안다.

하지만 감정은 고통의 원천이기도 하다.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불공평한지 느낄수록, 우리는 더 깊은 불행에 빠진다.

만약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상태로 살았다면,

그저 고통의 순간들을 못 느끼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감정은 나에게 인간다운 깊이와 이해를 줬지만,

동시에 무거운 고통도 안겨줬다.

세상의 고통을 고스란히 다 느끼기에,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이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때때로 그 무게에 짓눌려 무지한 바보가 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면,

세상의 고통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불행을 느낄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삶은 과연 진정한 삶일까?

무지는 축복일 수도 있지만,

어리석음과 무책임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때로 감정 없는 평온함을 갈망하는 나를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는 나의 인간다운 갈등이자,

삶의 복잡함 속에서 나만의 생존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부다.

감정은 축복이자 저주다.

그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도,

그것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차라리 감정을 못 느끼는 멍청한 바보로 살았다면,

이 모든 불행을 모르고 살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시시때때로 건 어쩔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아파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