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09. 2024

후회

꽤 오래전부터 엄마와 사이가 그리 좋지 못 하다. 

이제 여든여섯이 되신 엄마는 귀도 잘 안 들리시고, 총명함도 많이 떨어지셨다. 

나는 나대로 내 발음을 점점 못 알아들으시는 엄마에게 몇 번이나 반복해서 

큰 소리로 말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다 보면,

점점 짜증이 섞인 어투로 바뀌고, 

나는 어느새 나쁜 아들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엄마는 엄마대로 내가 화만 낸다고 서운해하시고, 

결국 우리는 서로 화만 내고 만다.


평소에도 여러모로 맞지 않아 다툼이 잦았고, 

형들 누나의 말은 다 믿으면서 

내가 말하는 것들은 잘 안 믿어주셔서 항상 불만과 서운함이 쌓여 있었고, 

그래서 대화가 많지 않았다. 

어릴 적 나를 키우기 위해 고생하신 엄마를 생각하면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저 40이 넘도록 철들지 못한 속 좁은 한 인간에 불과해 자꾸 듣기 싫은 소리를 하게 된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어 정신상태가 온전치 않은 탓인지 

나도 모르게 쏟아져 나온다.


자라면서 엄마와 함께한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어릴 적, 국민학교 1학년 동안 엄마는 매일 2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나를 업고 학교에 데려다주셨고.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다시 그 먼 길을 걸어와 나를 데리러 와주셨다.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으면, 엄마는 가만히 계시지 않았다. 

직접 그들의 부모를 찾아가 싸우면서까지 나를 지키셨다. 

엄마는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나를 키우셨다. 


그래서 엄마에게 이렇게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엄마가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나를 위해 얼마나 헌신하셨는지를 알기에, 

지금의 내 언행은 천벌받아 마땅하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마음이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감정이 앞서고, 짜증이 나서, 자꾸만 큰 소리로 말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만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는 또 후회하기를 매일 반복한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아침부터 사소한 일로 다투게 되었고, 나는 다시 큰 소리로 말해야 했다. 

엄마는 듣지 못하시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결국 서로 화만 내고 말았다. 

엄마는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서로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진 현실이 너무나도 슬프다.


그렇게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후회가 밀려온다. 

왜 화를 냈을까?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런 후회도 잠시, 다음날이 되면 또다시 똑같은 다툼이 반복된다. 

마치 끝나지 않는 악순환처럼.


이런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나는 점점 더 지쳐간다. 

엄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면서도, 

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엄마와의 관계가 이렇게 변해버린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오늘도 나는 엄마와 몇 마디 나누지 않았다. 

다툼을 피하려고 말을 아꼈지만, 그조차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을 테니까.


이렇게 하루가 또 지나간다. 

엄마와의 다툼 속에서, 그리고 후회 속에서. 

언제쯤 이 악순환이 끝날지, 언제쯤 우리는 서로를 다시 이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 모든 건 나한테 달렸겠지..

오늘도 한아름의 후회를 안고 잠자리에 들다.




작가의 이전글 중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