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12. 2024

체형

어릴 적부터 나는 장애가 있다는 것을 떠나서 내 체형에 대해 늘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흔히 '오리궁뎅이'라고 불리는 골반 전방 경사는 내게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고민의 원천이었습니다.

오리걸음과 오리궁뎅이 때문에 나의 걷는 모습이 더 이상하게 부각되는 것 같아 항상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옆에서 보면 불균형하고 어색해 보이며, 아무리 옷을 잘 입어도 옷의 핏이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이 꺼려졌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걷는 것도 부끄러웠고 두려웠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참담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왜 나만 이렇게 기형처럼 다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짓눌렸고 자꾸만 비참해졌습니다. 

그래서 항상 나는 이 체형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고치고 싶어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골반의 앞부분을 늘리면 체형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마루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누워 다리는 내려놓은 채 고통을 참아가며 몇십 분씩 그 자세를 유지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을 그렇게 해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나는 오리궁뎅이를 최대한 가릴 수 있는 옷차림을 찾아 나섰고,

그 결과 청바지와 흰 티셔츠, 그리고 그 위에 단추를 끼우지 않은 체크 남방을 걸친 스타일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개발자들이 즐겨 입는 패션이라 하더군요. 사실 내가 처음 체크 남방을 입게 된 것은 오리궁뎅이를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 팝 음악을 좋아했었고, 특히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팬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조던이 흰 셔츠를 입고 단추를 풀어 헤친 채 노래 부르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그를 따라 입게 되었고,

우연히 그 옷차림이 오리궁뎅이를 가리는데 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30년째 나는 이 옷차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곧은 자세로 멋있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부러움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혼자 속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들의 당당한 모습이 나의 불편한 체형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이처럼 내게 오리궁뎅이는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길을 걷다가 곧은 자세로 멋있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들의 당당한 모습이 내 이상한 자세가 더 부각시키는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당당하게 걷는데, 

왜 나는 이 꼴일까…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 않는 이 현실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오늘부터는 인터넷에서 찾은 교정 방법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 근육이 굳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나는 해보려 합니다.

... 




작가의 이전글 아기와 눈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