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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이 없는 돛단배
Aug 31. 2024
오늘 엄마가 조심스러운 얼굴로 내게 말을 전했다. 엄마가 서울에서 알게 된 친구가 나에게 여자를 소개해 주고 싶다며, 내 생각이 어떤지 물어봐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 여자도 나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멀쩡한 사람을 나에게 소개해 줄 리가 없으니 말이다.
사실,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나는 스스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고, 무엇을 기대할 수 없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아 왔다. 만약 내가 장애인이랑 결혼할 마음이 있었다면, 아마 진작에 짝을 찾아 결혼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 마음 한편에는 언제나 고집스러운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부부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정상이어야 하고, 그래야만 일상 속에서 크게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평소에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생각이 얼마나 속물적이고 어리석고 때로는 잔인한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정상인이라면 그 사람이 나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도 너무나 잘 알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무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내게 남겨진 선택지들은 언제나 한정적이었고, 이런 고립된 현실 속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더욱 깊은 외로움으로 몰아넣게 되었다
결국, 나는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 판단해버린 채 이 모든 생각을 엄마에게 설명하며 거절했다. 그리고 아들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애둘러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 어리석고 섣부른 결정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에게 짝이 절실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10살 때부터 혼자 살아왔고, 그동안 혼자 있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오히려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누구와 함께 한다는 것이 나에게 어던 의미인지조차 이제는 희미해져 버린 것 같다. 나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온기를 그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온기조차도 낯설게 느껴지는 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외롭지만,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어차피 내 운명인 걸,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길이 비록 외롭고 쓸쓸하더라도, 나는 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이다. 외로움은 때로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의 한 부분임을 이제는 인정하려고 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든, 어쩔 수 없이 주어진 길이든, 나는 이 외로움을 친구 삼아 살아가리라 결심했다. 어차피 외로운 삶이라면, 그 끝도 외롭게 맞이할 준비를 하며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