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또래의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 나보다 한참 어린 20~30대였고, 그들과의 관계는 좋았지만,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엔 한계가 있었다. 가끔은 내 나이와 비슷한 이들과 만나 술 한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간절하게 느껴졌다.
그런 마음으로 오픈채팅을 찾아보던 중 "안양 40대 친목 채널"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채널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솔직하게 나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장애가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 있어도 괜찮을까요?" 내심 거절당할까 봐 걱정이 되었지만, 의외로 모두 흔쾌히 받아주었다. "그럼요, 벙개에도 나오세요!"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 따뜻한 말들이 순간 나를 안심시켰다.
마침 다음 날, 집 근처에서 작은 모임이 잡혀 있었다. 그들사이에서 나는 낯선 사람이었지만, 채널의 여러 사람들은 나에게 꼭 참석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모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점점 복잡해졌다. 과연 그들이 진심으로 나를 환영할까? 혹시라도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을까? 이런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혼자 자주 가던 식당으로 향했다. 벙개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그들이 모여 있을 모습을 상상했다
며칠 후, 전체 모임이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이 채널에 올라왔다. 다시 한번 나를 초대해줬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이 떠올랐다. 처음에 나는 장애가 있다고만 말했지, 언어장애가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아니면 놀랄 수도 있을 거란 불안감이 마음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한 사람이 "노래 두 곡 준비해 와!"라는 말을 던졌다. 순간, 그저 농담이겠거니 하면서도 무겁게 다가왔다. 이제 와서 "사실은 제가 말을 또렷하게 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가 있습니다"라고 털어놓는 건 너무 큰 용기가 필요했다.
결국, 나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들이 나를 배척한 것도 아니고, 모임에 오지 말라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환영해주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권해줬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그 자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아'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그래서 조용히 "고마웠다"는 인사만 남기고 채널에서 나왔다.
혼자 남겨진 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쳤다. 같은 지역에 사는 또래 사람들이 가끔씩 만나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나도 그런 자리에 끼고 싶었고,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자리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참함이 밀려왔다.
만약 내가 말이라도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다면, 내가 이토록 주저하며 벽을 세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는 계속 이렇게 혼자 술로 인생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가 보다. 그런 생각이 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