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 난생처음 노르웨이로 석사 유학을 떠났다. 사람도, 인종도, 문화도 모든 것이 낯설었던 그곳에서 나는 쪼그라들었다. 스물 중반의 학생 마인드로 리셋을 했어야 했을까? 이도저도 되지 못한 채 스스로를 탓하고 합리화하며 나를 달랬던 시절. 청소년기의 들끓는 자아 방황, 부단한 모험과 시도를 통한 청춘의 시행착오도 아닌 어정쩡한 서른 중반의 나. 나는 그런 내가 늘 어색했다. 온전한 낭패감이란 이런 것인가.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 점점 더 나만의 벽을 쌓아갔다.
사람이 고팠으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특히나 여러 사람 만나는 자리는 늘 고역이었다. 그 속에 부단히 애쓰는 내 모습이 초라해 보여 견디기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지만, 막상 다시 돌아가더라도 별반 달라질 게 없다. 내 영어가 능숙했더라면 어땠을까? 그 이후는 성격의 영역인가? 되지 않는 영어로 알아들은 척, 분위기 맞춰 적당히 밝고 경쾌한 척,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다들 웃으니 따라 웃는 척, 나는 그런 척들을 하며 부단히 나를 가장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워 마음속으로 울기를 여러 차례. 알아들을 수 없으니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으니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그 모든 게 싫었다. 점점 안으로 숨어들 수밖에.
내내 강의실 뒷자리에 앉았다. 아무도 나를 볼 수 없는 곳이자 동시에 모두를 볼 수 있는 곳. 나서긴 두렵지만 전체를 관조할 수 있는 곳. 숨고 싶지만 보고 싶어. 떨어져 있지만 연결되고 싶어. 어쩌면 내 뒤틀린 마음의 반영이었을까? 유학하는 내내 나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물 위에 뜬 낙엽처럼 부유했다. 말은 없는데 가닿고 싶은 나, 두려운데 다가가고 싶은 나, ‘이 정도 취급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나, 그래서 계속 숨어버리기만 한 나. 온갖 ‘못난 나’들과 씨름해야 했던 삼 년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