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문턱 없는 초록 도시, 오슬로

by 쏭스

오슬로의 여름은 밝고 선선하다. 적당한 태양이 습도를 말리고, 바람은 서늘하게 분다. 꽁꽁 여미던 옷을 풀어헤치니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즐기기에 딱 좋다.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계절 묻는다면, ‘오슬로의 여름’이라 말한다. 백야의 여름밤, 온통 초록으로 물든 공원은 사람들로 붐빈다. 도무지 집에 들어갈 생각을 안 한다. 담요만 깔면 그곳은 어느새 자기만의 영역이 된다. 누워서 책 읽는 사람, 바비큐와 맥주를 즐기는 사람, 이야기하는 사람, 혼자든 둘이던 상관없다. 저마다 각각 아름다운 모양이다. 머지않아 다가올 긴긴 겨울을 알기에, 이 짧은 여름을 즐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공원은 여름의 아지트. 저마다의 어떤 각오로 오슬로의 여름은 101% 즐겨지고 있다.


전동철(T-bane)을 타고 초록 나무와 숲을 가로질러 크링쇼 마을로 향한다. 무성한 초록을 헤치며 운행하는 대중교통이라니. 이곳이 정녕 한 나라의 수도가 맞나 싶다. 마을 역시 송스반 호수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장소가 주는 위안이 크다. 이곳 사람들은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외롭거나 신날 때, 언제든 송스반 호수로 향한다. 홀로 스키를 타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바비큐를 즐기기도 한다. 주말이면 호수 공원은 사람들로 꽉 찬다.


송스반 호수로 향하는 길, 초입에 자그마한 체육대학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건물 입구의 휠체어 경사로. 당시 한국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지라 눈에 들어왔나 보다. 입구마다 설치된 경사로와 더불어 모든 층마다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도 보인다. 오슬로는 그야말로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디자인된 도시 같다. 버스나 트램은 대부분 저상형이며, 전동철 역시 문턱이 없다. 저상버스는 대체로 길고 중간 부분이 뻥 비어있어 유모차와 휠체어가 타고 내리는 걸 수시로 본다.


그간 한국에서 살아온 기간 보다 오슬로에서의 3년 동안 더 많은 장애인을 거리에서 본 것 같다.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게 설계된 인프라 덕에 가시화된 것인지 모른다. 가시화가 된다는 건 그만큼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되어 있다는 말 아닌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해야 가시화되고 이슈라도 제기할 수 있는 전장연의 고투가 생각나 마음 한 편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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