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특집 강연] 책읽기를 말하다 (Q&A편)
2018년 3월 8일, 글쓰기에 이어 '책읽기를 말하다' 세바시 두 번째 유료 강연이 있었습니다. '책읽기에 무슨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책을 안 읽어도 잘 사는 사람도 많은데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저는 이번 강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독서광 3인(장석주, 서민, 김봉진)과 관객이 함께한 10문 10답을 통해 책읽기에 대한 사소한 궁금점을 여러분과 같이 풀어보고자 합니다.
* 이번 리뷰는 본 강연이 끝난 후 진행된 '관객 질의응답' 시간을 중심으로 담았습니다. 본 강연 내용에 대한 리뷰는 별도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책읽기 10문 10답
Answer
[장석주 시인]
저 역시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통해서 소유를 줄이면 행복해진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 책만큼은 버리지 않습니다. 절대 남에게 빌려주거나 주지도 않습니다. 책은 뇌의 연장입니다.
저는 책의 내용을 기억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을 쓸 때 인용하기 위해서 책을 갖고 있습니다.
기억에 대한 강박증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뺏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대화해야 합니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어 흘러내려가도 콩나물은 쑥쑥 자랍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Answer
[서민 교수] 제 경우에는 여러 번 반복해서 읽습니다.
[장석주 시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제 삶에 가장 영향을 준 철학책입니다. 그러나 하이데커의 책은 아직도 어렵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책은 반복해서 읽습니다. 책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의 곁가지 텍스트를 먼저 읽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곁가지 텍스트인 서문, 저자 소개, 띠지 등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핵심 주제를 파악하면, 책읽기가 보다 쉬워집니다.
[김봉진 대표]
책을 읽을 때 텍스트보다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집중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책은 인터넷, 동영상, 해설서를 참고해서 읽기도 합니다. 제 경우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해설서로 읽었습니다.
*이렇게 쉬운 책을 참조해서 니체와의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Answer
[김봉진 대표] 책을 읽는 것을 직원들에게 절대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독서모임을 통해 느낀 점에 대해 나눌 때에도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직원들은 왜 이렇게 이해하지?'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대표는 조금 여유를 갖고 책읽기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Answer
[서민 교수]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첫 책(소설 마태우스)을 쓴 사람으로서 용기 내서 책을 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경우에도 첫 책은 초고 상태로 나왔습니다. 세상은 저자와 저자가 아니 사람 둘로 나뉩니다. 모든 저자에게 첫 번째 책은 무명인 상태(유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책입니다. 책을 쓰면서 문제점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더 좋은 책을 쓰면 됩니다.
*서민 교수의 첫책 '마태우스'는 삐삐 인사말 녹음을 통해 연재한 소설을 책으로 엮어 출판했습니다.
Answer
[서민 교수] 페미니즘은 남자로서 느끼는 사회적 부담감을 같이 나누자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사회가 변화했기 때문에 힘이 세서 일하는 세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직도 30~40대를 지나면 주변에 지위 높은 사람은 남자가 대부분입니다. '책을 읽고 실천하자'는 신념에 따라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있지만, 그 덕분에 욕도 많이 먹고 있습니다.
책은 정희진님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추천합니다. 이 책을 읽고 언어 속에 있는 여자에 대한 차별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미망인 (아직 죽지 않은 자)
Answer
[김봉진 대표]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런데 왜 논문은 영상이 아닌 글로 계속 나올까요? 책은 추론적인 사고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말을 글로 쓰면 어색해집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사고방식이 저절로 일어납니다. 이렇게 쓰인 책에는 여백이 많습니다.
우리의 상상력은 이런 책의 여백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그러나 영화와 영상은 여백이 없습니다. 여백 없이 세세한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는 우리는 상상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장석주 시인] 인쇄물과 영상은 뇌과학적으로 활성되는 뉴런이 다릅니다. 영상을 보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을 때에 우리 뇌는 많은 자극을 받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활동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많습니다. 특히 출처가 불명확합니다. 그러나 책은 지식의 출처인 저자가 분명하고, 출판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검증 과정을 거쳐서 나오기 때문에 지식의 밀도가 다릅니다.
[서민 교수] 영상으로 공감 능력을 키우기 어렵습니다. 책을 통해서 저자와 대화하면서 사람은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Answer
[서민 교수] 저는 책을 읽을 때 스마트폰을 치우는 편입니다. 데이터 요금이 적은 것을 사용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책을 읽습니다. 지하철이나 이동을 할 때 5분이라도 틈틈이 책을 읽습니다.
Answer
[장석주 시인] 책 읽는 것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제어된 상태가 바로 몰입입니다. 책읽기의 어려움은 몸의 몰입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영상, 드라마를 보는 것은 우리 몸의 적은 에너지만 사용됩니다. 그러나 책에 몰입하면 살이 빠집니다.
[김봉진 대표] 저는 몸이 기억하게 합니다. 10일 동안 책을 계속 읽다가 안 읽었는데 몸이 어색하지 않으면, 아직 몸에 습관이 베이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10일 동안 계속 책을 읽습니다. 책을 안 읽었을 때 몸이 어색해질 때까지!
Answer
[서민 교수] 최근 재밌는 일본 소설을 읽었습니다. 새벽 1시에 아내가 자라고 했는데, 소설 뒷 내용이 궁금해서 스마트폰을 몰래 켜고 책을 끝까지 읽고 잤습니다. 저는 나이 들어서 밤을 절대 못 새울 줄 알았습니다. 살다 보면 이렇게 재밌는 책을 만나게 됩니다.
[장석주 시인] 책을 사는 것을 언제가 책을 읽을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김봉진 대표] 책을 일단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의 제목을 보더라도 도움이 됩니다. 읽지 않은 책을 사도 출판업계 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일입니다. :)
그래도 도움을 드리자면, 책에 있는 목차, 머리말은 읽어보시고 책장에 꽂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nswer
[김봉진 대표] 사업에 쫄딱 망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니 공통점이 책을 많이 읽는다였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배달의 민족'을 창업할 수 있었습니다.
매번 나와 생각이 다른 책을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평소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보다가 3개월 정도 가끔 나를 훈계해주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책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류가 없는 생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책을 통해 내 생각에 오류가 있음을 알 수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사람과의 교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테크 분야에 있는 사람들만 만나지 마시고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업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디자인 분야에서 1등은 아니었지만 창업 분야에서는 디자인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독서광 3인의 작가님들과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저는 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1) 책은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
2) 책은 항상 보이는 곳에 놓고 읽고 싶을 때 수시로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
3) 책은 기억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혼자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
책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울수록 우리는 삶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우선 보고 싶은 책부터 왕창 사야겠습니다.
By. 하누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