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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누우리 Mar 25. 2018

레이디 버드, 넌 충분히 사랑스러워!

영화 - 레이디 버드 (2018) : 브런치무비패스


3월 23일 금요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레이디 버드'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제75회 골든 글로브상 작품상&여우주연상, 뉴욕타임즈 선정 올해의 영화, 로튼 토마토 역대 1위(신선도 100%)라는 화려한 수식 앞세우고 위풍당당한 17살 한 소녀가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로튼 토마토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는 영화 관련 웹사이트 가운데 하나이다. 영화에 대한 소식, 비평, 정보 등을 제공한다. 주로 비평가 위주의 평점을 매기는 곳이다. 사이트 이름은 옛날 공연을 보던 관객들이 연기력이 매우 나쁜 연기자들에게 토마토를 던졌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https://www.rottentomatoes.com/


* 이 글은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영화 내용은 예고편에 나온 장면만 설명했습니다.

** 이 글에 사용된 영화 이미지는 Daum 영화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레이디 버드는 내가 지어준 이름이야


여주인공 크리스틴 맥퍼슨(시얼샤 로넌)은 가족과 학교 사람들에게 자신이 지어준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불러달라고 하는 엉뚱한 소녀입니다. 영화 첫 장면부터 충격적입니다. 고등학교 졸업반 첫 학기가 시작하는 날, 등굣길 차 안에서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그녀는 달리는 차에서 그냥 뛰어내려 버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영화 전반부 내내 팔에 깁스를 하고 다닙니다.


레이디 버드와 친구 줄리 스테펀스(비니 펠드스타인)



엄마는 나를 싫어해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최고의 모습이기를 기대해."

"지금 이 모습이 내 최고의 모습이라면?"


엄마 매리언(로리 멧커프)은 레이디 버드를 사랑하지만 칭찬에 인색합니다. 걸음걸이부터 침대 정리, 진로, 귀가시간 하나부터 열까지 레이디 버드만 보면 잔소리만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듣고만 있는 레이디 버드가 아닙니다.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장면은 현실 모녀 모습 그대로입니다.

레이디 버드와 엄마(로리 멧커프)


사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레이디 버드에게 엄마는 한없이 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철부지 딸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시절엔 우린 다 미숙하고 예민했으니까요. 그리고 엄마도 딸이 말하기 전까지는 모릅니다. 내가 딸을 사랑하는 건 당연하니까요.



핑크색 머리가 너무 잘 어울리는 그녀


여주인공 크리스틴 맥퍼슨/레이디 버드 역을 맡은 '시얼샤 로넌'은 핑크색 머리로 염색하고 나옵니다. 이 머리색을 보니 수어사이드 스퀴드의 할리퀸(마고 로비)이 불현듯 생각이 났습니다. 왜 난 젊은 시절, 이런 염색 한번 해보지 않았을까요?

'수어사이드 스퀴드'의 할리퀸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핑크색 머리 덕분에 레이디 버드의 악동적인 이미지와 사랑스러운 소녀 이미지가 묘하게 어우러지며 더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물론 '시얼샤 로넌'의 뛰어난 연기는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레이디 버드(시얼샤 로넌)



꿈꾸던 첫사랑, 첫 경험 아름답지만은 않더라


레이디 버드의 17살 풋풋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한 레이디 버드가 만들어 가는 사랑 이야기 속에서도 아픔도 있고 기쁨도 있습니다.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그만큼 소중하고 아름답길 간절히 꿈꾸던 첫사랑! 그리고 이별의 아픔 속에서 레이디 버드도 성장해 갑니다.

왼쪽 사진 - 첫번째 남자친구 대니(루카스 헤지스),  오른쪽 사진 - 두번째 남자친구 카일(티머시 섈러메이)


낭만적일 것 같지만 낭만적이지 않은 첫사랑 이야기를 보니 갑자기 '라 붐'이 떠올랐습니다. '라 붐'이 1980년대 20세기 프랑스 13살 소녀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라면,  '레이디 버드'는 2018년 21세기 미국 17살 소녀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라고 해야 할까요? 두 영화가 참 많이 닮았어요.(지극히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아~ 옛날 사람;;)


'라 붐'에서 마튜(알렉산드르 스털링)가 빅(소피 마르소)에게 헤드폰을 씌어주는 장면은 영화나 CF 영화에서도 자주 패러디될 만큼 아직까지도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실제 보신 분이라면 그렇게 이 장면이 낭만적으로만 느낄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튜가 바람둥이어서 이 풋풋한 사랑도 곧 끝이 나니까요 :)

라 붐 1980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은 많아도 이 장면을 못 본 사람은 없을 듯 합니다.



그래도 기승전 I love 새크라멘토, 엄마!


미운 열일곱 '레이디 버드'는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를 떠나 동부 뉴욕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하고 싶어 합니다. 평범하게 집 근처 시립대를 가는 것보다 동부 뉴욕에 있는 사립대를 가면 엄마의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되고, 뉴요커의 삶이 왠지 더 재밌고 멋질 것 같습니다.



엄마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레이디 버드가 동부에 있는 사립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집 근처 시립대보다 훨씬 많은 대학 등록금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레이디 버드는 엄마 몰래 지원을 강행합니다.


좌충우돌 제멋대로이고 조금의 허세와 거짓말도 일삼는 그녀이지만 자신에게 그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그녀가 밉지만은 않습니다. 그 자체가 레이디 버드이니까요. 누구나 그렇듯 그녀도 항상 내 옆에 있을 때는 몰랐던 소중한 것들을 떠난 후에 알게 됩니다.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고향 새크라멘토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엄마도...






작은 일에도 쉽게 기뻐했다가 사소한 말에도 쉽게 절망했던 그 시절, 저도 레이디 버드처럼 가장 받고 싶었던 것은 엄마의 칭찬과 사랑이었습니다. 지나간 학창 시절에 제가 썼던 일기장을 들쳐 보면, 내가 뭔가 잘 하지 못하면 엄마가 날 미워하고 싫어한다는 생각에 빠져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저와 엄마는 못 보면 애틋하지만 만나면 투닥투닥하는 애증의 관계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의 잔소리에서 사랑이 보입니다. 건강하게 제 곁에 계시는 것만으로 그저 감사합니다. 딸은 그렇게 나이가 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때 그 시절의 저에게, 지금의 저에게, 그리고 레이디 버드에게도 다시 한번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넌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충분히 사랑스러워!


전지적필자시점 영화 한줄총평

[★★★★☆] 레이디 버드와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나의 학창 시절, 함께 웃고 울다.


저에게도 타이틀이 생겼어요.@uchonsuyeon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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