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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누우리 Oct 07. 2020

나는 아버지의 공든 탑이다.

IT인의 골동품

#97년노트북 #삼보컴퓨터 #드림북 #Trigem 용산에서 97년도에 구매한 노트북이다. 나름 전산과라고 아버지가 어마어마하게 투자해 주셨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200만원짜리 노트북 내돈으로 선뜻 사기가 힘든데, 그때 당시 돈으로 300만원이 넘는 노트북을 사주셨다. 그 투자 덕에 아직까지 IT에서 밥 벌어먹고 살고 있다. 이 노트북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버지가 투병생활을 하시면서 내 학업을 뒷바라지 해주신 기억때문이다.


이 시기에 아버지는 늘 죽음을 생각하시면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버티셨었다고 한다. 한때는 걷는 것조차 힘든 건강상태로 사무원과 같이 일을 다니시면서 이동하는 동안에는 차 뒷자리에 누워서 쉬지않고 일을 다니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해주신 말씀이지만, 이 와중에 어쩌면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라 생각하고 유언처럼 자식들에게 해주고픈 말을 글과 시로 쓰셨다고 한다. 이렇게 죽을 힘을 다해 쓴 시로 마흔 일곱에 등단하는 꿈까지 이루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보고 혹자는 욕심부린다고 욕을 했다고 한다.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말씀은 안했지만, 95년도에 쓰러지시고 병원에서는 많이 위험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요양을 해야할 건강 상태에 가족들 생계를 위해 쉬시지도 못하고 생업을 이어나가셨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너무 가슴아프고 감사하다. 아버지가 쓴 소설 제목 ‘오뚝이’처럼 아버지도 쓰러지지 않고 잘 이겨내셔서 선물같은 18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언젠가는 이 친구도 보내줘야겠지만 아직은 못 내려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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