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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누우리 Oct 08. 2020

밥 많이 사줘서 망한 사람은 없다.

지금의 신랑과 결혼을 결심할 때 한 가지 맘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친구들을 만나면 늘 신랑이 밥과 술 값을 냈다. 자신한테 쓰는 돈은 아끼면서 친구들에게 쓰는 돈은 아끼지 않고 펑펑 쓰는 모습이 그때는 호구같이 보였다.


친구들을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결혼해서도 가정보다 친구를 더 우선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이 고민을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친구들 밥 많이 사줘서 망한 사람은 없어!’


생각해보니 그렇다. 묘하게 이 말을 들은 후부터 신랑이 밥을 사줄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후에는 내 생각과 달리 집돌이 신랑은 친구를 거의 만나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친구는 내가 더 많이 만나고 있다.


그러나 신랑이 기분 좋으면 막 쏘는 버릇은 여전하다. 이제는 친구들이 아닌 제자들에게 가끔씩 밥을 쏘고 있다. 선생님 급여로 2~30명 반 학생들 삼겹살을 사는 걸로 진화했다.

신랑 반학생에게 받은 감사 문자


올해도 반 학생들 밥 한번 산다 해서 내가 한번 쏘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내가 따로 준 용돈으로 학생들한테 쏘고 공을 나에게로 돌려주셨다.



신랑 제자들로부터 갑자기 온 감사 문자 폭탄에 보안인으로서 내 휴대폰 번호가 학생들에게 노출되어서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이 마음도 잠시!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적어준 마음에 감동받았다.

신랑이 머리가 좋다. 다음에도 내가 한번 내겠다고 말할 것 같다. 신랑 덕분에 좋은 일 하게 돼서 감사했다.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밥을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우리에게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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