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 저자 : 이조년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해설
하얗게 핀 배꽃에 달은 환히 비치고 은하수는 (돌아서) 삼경을 알리는 때에, 배꽃 한 가지에 어린 봄날의 정서를 자규가 알고서 저리 우는 것일까마는 다정다감(多情多感)한 나는 그것이 병인 양, 잠을 이루지 못하노라.
'다정가'라고 불리는 이조년의 고려 시조만큼 '다정함'을 잘 표현한 시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내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면, 어른답지 않거나 프로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은 미숙하거나 아니면 예술을 하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합니다.
공감통역사 김윤정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와 우정의 온도차가 생겨서 제가 그 친구와 관계를 더 발전할 가치가 있는가를 고민하고 거리를 두기로 결정한 일이 최근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마음이 어떤 감정이었나요?”
“...”
“부러웠나요? 서운했나요?”
생각지도 못한 작가님 질문에 답을 하다 보니 서운함이었고, 제가 그 친구들을 좋아했다는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많이 좋아합니다. 좋게 말하면 정이 많습니다.
‘다정도 병’이라는 말!
제가 그렇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불필요한 인연을 많이 만든다 하기에, 저한테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잘하는 것이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 하기에, 그랬다가 바보처럼 당하기만 했던 시간들 덕분에 지금은 미리 징후가 감지되면 제 마음을 단속합니다.
똥이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냐면서...
또 당하고 싶냐면서...
저는 저한테 잘해주는 사람에게만 잘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천성이 어디 가나요? 미운 사람도 저에게 살갑게 대하면 금방 잊고 봐줍니다. 억지로 마음 닫는 게 더 힘듭니다.
요즘 날도 쌀쌀하고 세상 뉴스도 슬퍼서인지 다정도 병이라면 그냥 불치병으로 안고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신 나에게도 다정하기로 결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