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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누우리 Apr 07. 2019

액트리스원, 국민로봇배우1호

[공연리뷰] 연기하는 AI 로봇을 다룬 연극

연기하는 로봇, 액트리스 원(Actress-1)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9년 2월, 국립극단이 매년 실시하는 국립극단 오디션장에서였다. 왜냐하면, 액트리스 원은 간병로봇이었고, 그의 옛 주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성수연 선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로봇의 주인, 성수지의 바람대로 액트리스 원은 원상 복구되지 않았다.

<'액트리스원, 국민로봇배우 1호' 리플릿에서 발췌>


로봇 배우가 햄릿의 그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를 한다면? 아마 다음과 같지 않을까?


power on or power off... that is the question.



영화와 드라마에서 로봇을 연기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 사람이 로봇을 연기한다는 것이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1시간가량 긴 호흡으로 연극에서는 어떻게 로봇 연기를 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IT를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AI를 다룬 연극이라 하기에 어떤 시선으로 AI(인공지능)를 담아냈을 지도 궁금했다.


기술의 발전이 사람의 예상을 빗나가게 할 정도로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AI시대에 향후 10년 사이 사라질 직업과 사라지지 않을 직업에 대한 다양한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출처 :  2018년 10월 3일 이투데이 기사 중


항상 사람의 시선에서만 미래를 예측했는데, 이번 연극을 통해 로봇의 시점에서 로봇이 가질 수 있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만약 로봇이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반려 로봇의 캐스팅 계약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원작 '국민배우 액트리스 원의 생애'라는 제목처럼 로봇 배우 액트리스 원의 생애를 그린 연극을 보면서 느낀 점 5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1. 배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다


俳優 (배우)


'비극을 연기하는 사람이 아닌 자'는 결국 나를 버리고 타인이 되어 연기하는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타인이 되어 다시 나를 바라보게 된다.


자의식이 사람과 로봇이 연기하는 데 있어서 큰 차이점이었다. 로봇은 자의식이 없기에 그대로 타인을 흉내 낼 수 있다. 사람은 아무리 타인을 흉내 내려고 해도 자신의 자의식이 있기에 100% 흉내를 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사람이 갖는 연기에 대한 한계점을 로봇과 비교하면서 설명한 부분이 연알못인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2. IT 측면에서 AI 로봇이 연기를 학습하는 과정을 살펴보다.


기존에 컴퓨터는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도구였다. 컴퓨터는 인간의 정보처리 과정을 모방해서 만든 것이다.


디지털 (bit, 0/1 on/off) - 데이터(텍스트, 이미지, 영상) - 정보(목적을 갖고 관찰되거나 처리된 의미가 있는 정보) - 지식 (축적된 인식)까지 기존에 컴퓨터와 데이터베이스가 처리가 가능했다. 지능은 인간이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의사결정 행위다.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본 연극에서 간병 역할로 만들어진 반려로봇이 주인의 주인의 죽음을 계기로 연기를 하기로 한다. 기존 감정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연기 오디션에서 그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은 납득이 가능했다.


실제 인공지능(AI) 전 단계로 수많은 데이터와 패턴 입력, 기계학습이 이루어져야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자기 학습기능을 통한 의사결정이라 기계가 어떠한 판단을 할지 프로그래밍을 한 사람도 추적할 수 없다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그런 자기 학습의 과정을 이 연극에서는 쉽게 잘 표현해 주었다. 로봇의 눈을 형상화한 블루투스 스피커 장치가 최초 로봇배우의 느낌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해 주어서 인상 깊었다.



3. 웃음 포인트


초반에는 낯선 주제에 어색함이 있어서 혼란스럽다가 점점 몰입되었다. 테크적인 내용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로봇을 통해 본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 인간에게 절대 생각을 주입해서는 안된다(?)
- 기계는 마음대로 주입해도 괜찮은가(?)

성수연 배우의 죽음이 의도한 웃음 표현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웃음이 터졌다.
“배우는 관객을 섬겨야 해!”라는 유언 (나중에  '성수연' 배우님의 표정을 보시면 안다)

연기를 하고 박수를 받는 장면에서 로봇청소기가 꽃을 들고 갑자기 나온 것!

커텐콜에서도 블루투스 스피커와 로봇청소기에도 박수를 청한 것!



4. 로봇이 감정을 연기하는데 감정이 없을 수가 있을까?


주인 '성수지'의 폭언에도 가만히 있는 연기 로봇!
자아가 없다고 해서 입력(말소리)에 반응을 하지 않을 텐데 스스로 상대의 반응에 연기하는 로봇이 가만히 있는 게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입력된 말을 인식하고 시리처럼 어떤 표현을 했을 것 같다.
그게 인간이 감정이라 착각할지도...



5. 1인극 맞나?


1인 연극이었지만 다양한 주인공들이 나와 연기한 느낌이다. 변주곡 같은 구성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로봇의 어색한 팔놀림과 표정연기에 쏙 빠졌다. 녹음한 내레이션과 딱 맞춰서 연기하시는 모습에 놀랐다. 딱딱 맞추기 위해 얼마나 연습하셨을까 싶었다.


짧지만 결코 짧지 않았던 명연기 잘 봤습니다:) 로봇연기장인 '성수연' 배우님!!!


※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화두, AI로봇이 연기하는 세상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이 연극을 추천합니다.

연극 예매 링크 (2018.4.5~13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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