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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Oct 20. 2021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만든 명품 다큐멘터리 『COSMOS』에 우주 달력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우주의 나이를 1년으로 쳤을 때 우주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알려주는 달력이다.

우주 달력에 따르면...


1월 1일 0시, 우주의 시작 (Big Bang)  

9월 14일, 지구의 탄생

9월 25일, 지구 상에 생명체 탄생

12월 31일 22시 30분, 인류 탄생

12월 31일 23시 59분 46초, 기록을 남기는 역사를 만듦

12월 31일 11시 59분 59초, 르네상스 시작


우주 나이를 1년으로 쳤을 때 인간의 일생은 몇 초쯤 될까? 

0.15초쯤 된다고 한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져봐야 0.2초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서로 지지고 볶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분노하고 상처 주고 때로 돕고 가끔씩 사랑하며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대자연 속에 있으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걱정, 불안, 고민 따위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듯, 우리 인생이 생각 외로 짧다는 것을 인식하면 내가 해야 할 일이 선명해진다. 내가 하면 안 되는 일도...

그 짧은 순간을 스쳐가는 건 지금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도 마찬가지 일터. 결국 우린 우주를 스쳐가는 서로를 스쳐갈 뿐인 것을...


캠핑카에서 살던 어느 날, 달이 너무 예쁘게 떠서 달을 보며 쓴 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주 나이를 1년으로 치면 우리는 1년 중 0.15초를 제외한 '364일 23시간 59분 59.85초'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0.15초 동안 우주를 스쳐갈 기회를 잡은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확률이라는,

우린 이미 로또보다 더한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이라는,

잠시의 스침이라도 의미 없는 스침이 되지 않게 뭔가 '의미'있는 삶을 살아보자는,

그 의미라는 것이 같은 시대를 스쳐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무엇이라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은 없겠다는...




글을 쓰는 도 누군가에게 작으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분명 의미 있는 일일 것. 좀 더 부지런히 글을 써보자 다짐해본다. 내 글을 읽어주는 당신도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에, 당신은 이미 나에게 존재 자체로 더 없는 의미이다.


여기까지 와서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새삼 감사드린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돌려 전하려고 우주 달력 이야기까지 꺼내봤다.



우리, 서로에게, 또는 소중한 누군가에게, 지금처럼, 가끔씩이라도 삶의 의미가 되어주자.

우리, 그렇게, 서로를 스쳐 지나가자.

우리는 그 짧은 스침을 함께 하는 각별한 사이임을 기억하면서.

'이 모든 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니' 놀라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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