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에세이를 출간했습니다. 처음 책을 써보기로 마음먹고 셀프 출판으로 첫 책을 출간하는 데 4년, 다시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는 데 또 4년이 걸렸네요. 지난 8년간의 노력을 한 뼘 남짓한 책으로 보상받는 기분은 꽤나 뭉클합니다. 가끔 책에 달리는 리뷰를 읽어보는데,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또 그렇게 뭉클할 수가 없습니다. 가끔 어떤 분은 A4 1-2장 분량의 독후감을 개인적으로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이런 건 인터넷에 올려주세요. 혼자만 보기 아깝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오랫동안 제 마음이 머물렀던 리뷰가 있었는데요. 다음 두 줄이었어요.
“글을 읽는 동안 나는 대학교 동방으로 돌아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변했고, 나 또한 변했는데, 이 사람만 그대로다.”
글을 읽는 순간 온몸에 뜨거운 뭔가가 쫘악 퍼지는 그 느낌 아시죠? 누가 썼지, 하고 생각해보니까 그제야 떠오르는 후배가 있더군요. 시험을 다른 지역으로 쳐서 졸업 후 십몇 년 동안 연락이 안 되다가 작년에야 만난 후배가 있는데 저도 모르게 이렇게 리뷰를 써놓았더라고요. 속으로 울었습니다. 이게 바로 글의 힘입니다.
후배의 리뷰를 읽고 한참을 옛 생각에 잠겨있다가 나에게 물어봅니다.
“나만의 보폭과 리듬으로, 다른 사람들의 흐름에 섞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건 무엇이었을까?”
어릴 때부터 자유 방목형으로 키워주신 부모님? 나보다 먼저 '인생 노빠꾸 마이웨이'를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책, 영화가 준 깨달음? 다 어느 정도 지분이 있겠지요. 찾다 찾다 제가 끝내 닿은 한 글자는 '글'이었습니다. 글을 썼기에 남들 따라갈 필요 없다는 걸, 다른 사람이 못한다고 내가 못하란 법은 없다는 걸, 길이 없으면 길을 내면 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던 거죠. 여기에 하나 더 하자면 '길'(여행).
글과 길, 이 두 개의 ㄱ이 제게는 구원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글을 써 봅시다.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보여주고 싶은 나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거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떤 모습이 내 가면이고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인지를 구분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쉬운 듯 어렵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경쟁과 비교가 습관화되다 못해 내면화되어버린 나라에선 더 그렇습니다.
글은 그 어려운 걸 가능하게 합니다. 글을 써 봅시다. 펜과 종이를 꺼내 끄적여봅시다. 나를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