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피 지망생 Jun 28. 2022

독립 서점 판로 개척기

책 내고 직접 독립서점 영업 뛴 썰

에세이를 출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작품은 제목 따라간다고 내 책도 별일 없이 흘러가고 있다. 주위 반응은 더없이 좋은데, 내 주위라는 게 반경이 워낙 좁다 보니 찻잔 속 태풍에 그친다.


베스트셀러들은 뭐가 다를까 해서 찾아보다가 도발적인 제목에 이끌려 어느 베스트셀러 책을 읽어봤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 특별한 뭔가를 찾을 수 없고 특이한 구석만 몇 개 찾았다. 어떻게 이런 책이 베스셀러가 됐지? 책의 반응이 궁금해 온라인 서점을 뒤져보니 리뷰가 수십 개 달려있었다. 리뷰를 읽다 보니 하나같이 내용이 엇비슷하다. 그 와중에 책이 별로로는 글에만 공감 표시가 수십개씩 달려있다. 느낌이 쎄하다. 몇몇 리뷰에 나와 같은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 분명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베스트셀러 마케팅의 현장인가? 다시 현타가 밀려온다.


그렇다고 모든 베스트셀러가 그런 건 아니다. 몇몇 작품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선물한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라며 뭐라도 해보려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당신도 저와 같은 시절이 있지 않았나요?'라고 되묻는 것뿐이다. 여기서 끝내기엔 아쉽다. 재능 없는 자에겐 끈기가 재능이다. 나답게, 천천히 가더라도 긴 흐름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홍보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어느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책을 10권 주문하겠다고. 사연인즉슨, 내 어머니께서 게스트하우스에 책을 선물로 주고 가서 책상 위에 놔뒀는데, 손님 중 한 분이 퇴실을 앞두고 책상 위에 놓인 책을 읽다가 도저히 뒷부분이 궁금해서 퇴실을 할 수 없다며, 이 책을 자기한테 주면 안 되냐고 했단다. (뜬금없이 책 자랑? 자랑 맞습니다, 맞고요^^;;;) 사장님은 책을 10권 사서 게스트하우스에 놓아두고 싶다고 하셨다. 순간, 내 뇌의 현실 감각 신경 회로에 불이 들어오고 만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독립 서점 판로를 직접 뚫어보자!



당장 주위의 독립 서점을 검색해봤다. 제주도에만 이미 수십 개의 독립 서점이 있다. (이건 진짜 의외다. 난 많아 봐야 10개도 안 될 줄 알았다.) 바로 우리 동네에 있는, 그 전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독립 서점에 찾아갔다.

내 책 한 권을 두 손 모아 고이 들고서.


“사장님, 안녕하세요? 다름 아니고 제가 얼마 전에 책을 냈는데 홍보가 안되다 보니 사람들이 이런 책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애쓰게 책 써서 냈는데 평가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렇죠? 그래서 독립 서점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책을 입고 하시는 작가도 많아요.”

“독립 서점 입고 조건이 어떻게 될까요?”

“보통 책 가격의 **퍼센트 가격에 저희가 매입해요”

“만약 책이 안 팔리면 손해는 서점에서 감당하는 건가요? 누군가에게 손해 끼치는 건 싫은데...”

“아이고- 책이 얼마나 한다고... 그 정도는 서점에서 감당할 수 있어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혹시나 책이 안 팔리면 제가 제 돈 주고 사갈게요. 아, 책 내용이 궁금하실 텐데 이 책은 선물로 드리고 갈게요. 보시고 괜찮다 싶으면 입고해주시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서점 모퉁이에 놔뒀다가 혹시라도 사겠다는 손님 있으면 선물로 주세요.”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해보면, 독립 서점에 책을 판다고 돈이 더 들어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독립 서점을 찾은, 아마도 굳이 독립 서점을 선택했다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좋은 사람일 확률이 높은, 누군가가 내 책을 선택해준다는 건,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건,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황홀한 무엇이다.

이런 식으로, 독립 서점의 세계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또 누가 알겠는가? 독립 서점에서 내 책을 사서 본 누군가가 책을 몇 권 더 사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줄지.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도 독서 릴레이 대여용으로 3권을 돌렸는데, 읽어보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겠다며 따로 사주신 분이 여럿 있었다. 이거 은근 기분 좋다)


글을 쓰는 와중에 다른 독립서점으로부터 쪽지가 왔다.

"혹시 위탁판매도 괜찮으시다면 10부 정도 받아놓고 매 짝수 달 말일에 두 달간의 판매된 분량에 대해 정산해드리는 방식으로도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편하신 방법으로 택해주시면 됩니다”

제 책을 깔아주신다면야 뭔들 못하겠습니까?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잠깐! 이쯤에서 추억 돋는 BGM 하나 깔고...

Lenny kravits가 부릅니다. It Ain`t Over `Til It`s Over ~!!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독립 서점이 남아있다. 물은 안 들어오고 있지만 노는 열심히 저어봐야겠다. 다 못 판 책은 창고에 남아도 후회는 남지 않도록...


                     

작가의 이전글 글을 쓰자. 나를 만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