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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Oct 25. 2018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인 것처럼...

스카이 다이빙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중이다. 어디로 가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른 비행기를 탔을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몇 분 후에 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나는 지금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위해 하늘 위로 날아가고 있다. 사실 많이 망설였다. 놀이기구를 타는 것도 꺼리는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다. 하늘을 나는 느낌을 느껴보고 싶었다. 가끔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볼 때마다 궁금했다. 저 사람들은 대체 뭐 때문에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걸까? 미루고 미루다가 호주에서의 귀국 일주일을 남기고 거사(?)를 결행했다.


경험 많은 스카이다이빙 강사가 내 뒤에 바짝 붙어있고 낙하산이 펴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보조 낙하산까지 있다. 그런데 왜 자꾸 떨리는 걸까? 사고 날 확률이 2백만 분의 1이라는데 왜 겁이 나는 걸까?

사고 날 확률이 0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뛰어내리지 않을 수도 없다. 옆을 보니 혼자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웃음 띤 얼굴로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준다.

그래, 눈 딱 감고 뛰어내리는 거다.     

비행기 해치가 열린다. 먼저 ‘선수’들 차례다. 해치가 열리자마자 일초의 주저함도 없이 하늘을 향해 점프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 넋을 잃고 보다 보니 어느덧 내 차례다. 두근두근,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내 귀까지 전해지듯하다. 비행기 해치로 천천히 이동하는데 나 다음으로 뛰어내릴 아내의 얼굴이 보인다. 만감이 교차한다.

지금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는 걸 아는데, 당연히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데, 만약, 만에 하나, 이 순간이 마지막이면 어떡하지? 아주 많이 운 없게도 2백만 분의 1의 확률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 마지막 모습은 어떻게 기억될까? 애써 웃는다.


이제 낙하산이 펴지지 않는다 해도 아내가 보는 내 마지막 모습은 웃는 모습일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고 보니 왜 평소에는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을까?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왜 그동안 내일이 찾아오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온 걸까?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고 느끼며 살아왔다면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았을 텐데....

늘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인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리라! 


비행기 해치로 이동하는 몇 초 사이에 짧은 사유와 성찰의 시간흘러다. 어느새 나는 비행기 끝에 걸터앉아 있다. 오늘따라 바람이 시원하다. 눈을 감아야 하나 떠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내 눈앞에 비행기가 보인다.

‘난 조금 전까지 비행기에 걸터앉아 있었는데, 왜 비행기가 보이지?’ 하는 찰나, 이번엔 땅이 보인다. 그새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고 떨어진 것이다. 뛰면 뛴다고 말이라도 해주지...  너무 긴장해서 내가 못 들었을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나는 지금 시속 190km의 속도로, 랜디 존슨의 강속구보다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고 있다. 신기하게도 속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공중에 무중력의 상태로 떠 있는데 시원한 바람이 아래에서부터 불어오는 느낌이랄까. 땅이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게 내가 추락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어줄 뿐.

소리를 질러본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 그만큼 신난다. 비로소 스카이다이버들이 하늘을 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40여 초의 시간이 지나고 낙하산이 펴진다. 안도의 한숨, 아쉬움 섞인 여운이 교차한다.


가끔 삶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고 싶을 때, 스카이다이빙 직전 비행기 해치에 걸터앉아 있던 순간을 떠올린다. 극한의 두려움도 덮어버린 그때의 마음이라면 세상 못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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