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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Nov 07. 2018

Life is better when you surf

기회라는 이름의 파도     


서핑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좋은 파도가 올 때까지 기다림을 인내하는 서퍼에게만 파도를 탈 자격이 주어진다. 좋은 파도가 오더라도 그 파도를 탈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없다면 당신은 ‘통돌이 세탁기 속에서 돌아가는 빨래의 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퍼들은 파도 위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을 때 파도에 말리는 현상을 전문용어로 ‘통돌이 당했다’라고 표현한다) 때문에 좋은 파도를 탈 수 있을 때까지 부단히 노력하고, 파도를 탈 수 있는 나를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부단한 연습 끝에 제법 파도를 탈 수 있게 된 다음 좋은 파도를 만났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그 파도를 탔다면 다음 파도를 기다려야 한다. (한 파도에는 한 명의 서퍼만이 탄다는 불문율이 있다. 먼저 파도 위에서 일어선 사람이 그 파도의 우선권을 갖는다) 

이처럼 서핑은 기다릴 줄 아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바다의 선물이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투덜댈 수도 있겠다. 다행히 보드 위에 앉아 파도를 기다리는 시간은 꽤 낭만적이다. 보드 위에 누워 있을 때 바닷물이 살결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 바다 위로 부서지는 햇살, 태양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색깔... 내 몸 하나 뉘면 남는 공간도 없는 자그마한 보드일지라도 그 위에 누워있으면 한없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렇게 멍하니 파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때 기회를 잡는 사람이 파도의 주인이다.     



시련이라는 이름의 파도 


파도는 때로 시련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직도 내게 파도는 기회보다는 시련에 가깝다. (서핑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운동이다) 좋은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라인업(서퍼들이 파도가 오기를 기다리는 곳. 주로 해안에서 먼 쪽에 형성된다)까지 힘껏 패들링(보드를 타고 이동할 때 양팔로 물을 저어 보드를 전진시키는 동작)하여 파도를 거슬러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몰아치는 강한 파도는 당신이 큰 파도를 탈 자격이 있는지 시험 해보는 일종의 자격증 시험이다. 파도는 매우 솔직해서 실력에 맞지 않는 파도에 도전하는 서퍼는 여지없이 내동댕이 쳐버린다. 중요한 건 시련에 대처하는 서퍼의 자세이다. 세상사가 늘 그렇듯이 그 시련을 견뎌낸 자만이 훌륭한 서퍼가 될 수 있다


파도를 잡기 위해 다양한 파도를 넘다보니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하나 얻기도 했다. 파도를 거스를 때 무섭다고 옆으로 피하면 보드와 함께 뒤집힌다. 오히려 파도의 힘을 받는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파도를 거스르는 유일한 방법은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삶의 위기 상황에서도 정면 돌파는 최선의 카드가 아니던가?!      


가끔 인생이 누군가가 짠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내 인생의 시나리오 작가에게 불만이 있다면 시련이라는 이름의 파도를 너무 일찍 보냈다는 것이다. 잔잔한 호수 같은 삶은 나랑 어울리지 않을 것을 미리 알고 파도를 보내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이른 시간에 집채만 한 파도를 보내다니, 한 때는 야속하기도 했더랬다. 그것은 차라리 쓰나미에 가까웠으므로. 


남들이 평생 겪을 고통을 그 짧은 시간 안에 감내해야 했기에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조차 사치였던 그때, 파도에 휩쓸려 수면 위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어 숨도 못 쉬던 그때를 떠올리면 문 밖에 얼씬거리지 않아야 정상인데, 내 마음은 아직도 바다에 있다.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다. 큰 파도를 일찍 겪음으로 해서 어떤 파도가 와도 웃으며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됐으므로. 그때 그까짓 파도에 왜 그리 힘들어 했을까 하며, 난 오늘도 파도를 기다린다.      



파도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누구에게나 파도는 밀려든다. 중요한 것은 파도를 대하는 자세이다. 부서질 각오로 그 자리에 서서 파도를 맞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한 번은 그 파도를 정면으로 거슬러보자. 지금의 시련을 기회라 생각하며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을 즐겨보는 거다. 시련을 기회로 바꾸듯, 파도를 거슬러 먼 바다로 나가 내게 가장 어울리는 파도를 타 보자. 파도라는 이름의 시련에 당신이 서핑을 그만두게 될지, 나처럼 파도를 다시 찾게 될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이 서핑에 빠지게 됐을 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Life is better when you su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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