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너는 어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OLER Jul 16. 2017

언제나 남의 공부가 재밌다

너는 어때 #17

"우리는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창시절 지겹게 드러다 봐왔던 국영수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유치원에서 한글공부

초등학교에서 덧셈뺄셈

중학교에서 영문법

고등학교에서 수능

대학교에서 전공

사회에서 업무

퇴직 후 제2의 인생공부


뭐하나 쉬운게 없다. 하지만 한개씩 앞으로 땡긴다면 어떨까? 초등학교 때 한글, 중학교때 덧셈, 고딩때 영문법, 대학때 수능, 사회때 업무, 퇴직 후 업무.. 나름 괜찮네. 언제나 현재의 내가 가장 힘들고 어렵고 지친다. 지나간 모든 일들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미화되어 그때의 고통보단 잠깐의 즐거움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가 사회에 나가 을이 되어 갑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내게는 대학교 때 전공공부가 그립고, 고등학교 때 수능공부가 재밌어 보인다. 


한번은 직급이 다른 네 명의 친한 동료들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의 업무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조용히 십분이 지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은 남의 공부를 힐끔대며 조언을 하고 물음표를 던지고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른체 남의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남의 공부가 제일 재밌다. 결국 그 날 우리는 자신의 업무는 제대로 못한체 남의 업무에 대한 얕은 지식만을 안고 돌아가게 됬다. 


왜그렇게 내 공부는 싫은데 남의 공부가 재밌는 걸까. 위에서 말했던 지금이 아닌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생각한다. 아직 접하지 못했거나 지나왔던 공부에 대한 조언과 물음표. 딱히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지나왔던 공부는 옛 추억을 더듬으며 "크으 그래 그랬었지" 라는 추임새로 지나가면 되고, 접하지 못했던 공부 또한 "오오 이게 이거구나" 라는 추임새와 함께 슥슥 궁금증에 대한 답만 찾으면 되는 것 뿐이다. 하지만 현재 내가 하는 공부에 대해서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외워야 한다. 적응해야 한다. 



우리는 고민을 갖는 건 싫어하지만 상담하는 건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내 인생이 아무리 똥이라도 나보단 남의 똥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거에 더 관심을 쏟지 아니한가. 개그콘서트의 '아무말대잔치' 처럼 내 인생에 직접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뇌가 힘들게 두번 생각하지 않고 입으로 나오면 되니까 말이다. 모든 생각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치면 그 전에 생각했던 수많은 방법들이 손에 꼽게 줄어드는 것 처럼, 현실은 나이다. 내가 아니면 현실을 배재할 수 있기에 기상천외한 생각들이 샘솟는다. 상상은 돈도 안들고 재밌기까지 하니까. 


이제 또 나는 내 공부를 하러 간다. 근데 옆에 여자친구가 공부하는 교육학 프린트에 눈이 간다. 



HAN VOLER












매거진의 이전글 WANNABE 9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