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너는 어때

장거리연애와 투잡라이프

너는 어때#3

by VOLER

이틀째 밀려버린 내하루.



어제가 중요하다. 난 여자친구와 199일째 연애중이다.

첫만남은 수원에서

두번째는 천안에서

세번째는 공주에서

네번째는 유성에서




난 그녀와 장거리 연애 중이다. 사는 곳은 수원이지만 그녀는 현재 공주에 산다. 한달에 한번 주기로 수원으로 올라온다. 딱히 중요하지 않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심장이 멎지는 않았다. 옆모습이 아름다워 이야기를 나눴고,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었다.



"어? 왜이렇게 좋지?"







그녀가 맘에 든건 첫만남을 계획하는 도중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밥을 매개체로 이어나간다.


"밥먹을래요?"


처음에 좋다고 했던 그녀가 거절의사를 표해왔다.



"제가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두시간밖에 못 볼것 같아요. 근데 밥은 좀.."

"아.. 그래요?"


커피나 한잔 하자고 할까?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그냥 카페에서 얘기 하지 않을래요?"





남자가 요구한다면 식상하지만

여자가 제안한 저 한마디는 신선했다.




언제나 '제안' 하기에 익숙했던 나는, 그녀를 만나고



그 제안을 받았다.




별거 아닌 한마디가 199일을 이어지게 만들었다. 또한 103km 라는 거리를 무성하게 해주었다.

시외버스를 타고 그녀에게 가는 시간이 힘들지 않았다. 심플하게 시간으로만 계산하자면 서울권이랑 별 차이 안난다.


집에서 터미널까지 20분

터미널에서 공주까지 1시간 30분

총 = 1시간 50분



만약 서울이라고 하지만 홍대 쪽에 산다고 가정할 경우

홍대까지 33km


집에서 지하철까지 15분

지하철에서 홍대까지 1시간 20분

총 = 1시간 35분


그녀에게 15분을 더 투자하는 것이다. 어렵지 않다.

단지 금전적으로 8배 정도 많이 들고 오고 갈 수 있는 기회(시간표)가 한정되있는 것 뿐이다.




a7xutljvemc-toa-heftiba.jpg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저 정도의 투자는 투자도 아니다. 희생도 아니다. 그녀는 항상 내게 고마워한다. 어떤 연애가 만나러 가는 것만으로 고마워 할 수 있을까. 그녀를 대려다 주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생각보다 돈을 많이 쓰지도 않는다. 한번 만나면 십만원정도 지출한다. 일주일에 한번. 주 3회이상 만나는 커플들은 금전적인 제한이 존재한다. 용돈을 타는 경우라면 말이다. 금수저가 아닌 은수저도 아닌 일반 스댕수저들에 한해서. 한달에 30~50만원 정도 용돈을 받는다고 치자. 1회 데이트비용은 안써도 3~5만원 이다.


주3회 x 3만원 = 9만원

한달 12회 x 3만원 = 36만원


용돈 50만원 - 36만원 = 14만원

솔직히 빡빡하다.




빡빡하다해도 아껴써야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꽤나 스트레스다. 나는 4만원정도 더 쓴다. 그래도 먹고 싶은거 먹고 쓰고 싶을 때 쓴다. 나만의 생각일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 몰아쓰는 게 정신적으로 더 낫다. 너무 좋게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콩깍지가 쓰인 내게 현실적인 개념이란 여기까지가 한계다.





이렇게 그녀와의 장거리연애는 즐겁게 흘러가고 있다. 내일은 200일. 월요일이다. 만나지 못한다. 나나 그녀는 꽤나 기념일을 중요시한다. 그런 우리에게 주말이 아닌 기념일은 재수없다. 그래서 난 어제 그녀에게 갔다. 어제가 토요일이었지만 일을 해야했다. 4시에 일이 끝나고 현대백화점으로 선물을 사러갔다. 그녀가 항상 갓고 싶어했던 입생로랑 립틴트를 사기위해.


기념일 선물이니 둘이 같이 웃을 수 있는 커플티를 살까?

피어싱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귀걸이를 선물할까?

도서관 옆과 뒤에서 냄새가 난다는데 디퓨저를 사줄까?




내 고민은 백화점에 가서야 해결됬다. 셋다 맘에 드는 게 없었다. 립틴트를 사고 집에 들어와 휴식을 취한 후, 공부가 끝나는 11시에 맞춰 출발하려 했던 내게 당황스러운 문제가 발생했다.


그저께가 11월 11일. 상술의 날. 빼빼로데이였다. 난 기념일 중에 가장 하찮게 여겨진다. 그래서 여지껏 빼빼로를 줘본적이 없다. 그 날 그녀에게 카카오톡으로 빼빼로 기프티콘 3개를 선물받았다. 핸드폰 속 이미지 3장이었지만 생각보다 고마웠다. 그렇게 나는 마무리. 그 날 따라 일이 늦게 끝나, 집에 11시가 되서야 돌아왔다. 그리고 여자친구님의 서운함과 마주했다.


어떻게 말한마디가 없냐며 혼이 났고, '미안해' 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그녀를 위해 어떻게든 돌려서 화를 풀어주었다. 다음날 일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 기분좋은 마음에 여친님께 전화를 했다.



"나 끝났다!!!!"

"일찍끝났네??"


"웅!! 베이비!!!"

"ㅋㅋㅋ기분 좋은가 부네 촐랑아~~"

"그러하다!!"

.

.

(2분여간 대화를 하고)

.

.

.

"알았어 어여 들어가서 쉬어~"

"그래그래~ 공부잘하고~ 안녕~"





1시간후..


현대백화점에 들려 입생로랑 립틴트를 사려던 중

[군데]

[왜]

[나보러안와요]

[일찍끝낫으묜서]


[치]


[내가더치다]


[난완전치다]


[왜용]


[내가얼마나보고싶어하는줄알면서]


[몰라요]


[맨날모른대]


[그럼왓겟지]

[치]


[왜그렇데말해]


[왜요]



이렇게 어제는 빼빼로데이, 내일모레는 200일이 다가오는 198일째 되는 오후4시에 그녀의 서운함이 터져버렸다. 어제와 같은 이유에서.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다보면 난 항상 무심해진다. 극으로 달아 오르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난 항상 그래왔다. 깜짝이벤트 전날 또는 몇시간전 서운함을 토로하는 그녀를 마주한다. 귀엽다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그녀는 심각했다. 어쩔 수 없이 풀어주다 싸우다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항상 시간이 흐르고 '미안해요' 라는 메시지를 날려오는 그녀. 너무 귀엽다. 공부 스트레스에 괜히 그랬다며 미안하댄다. 그런 그녀를 두 시간 후에 만날 생각을 하니 한 층 더 미리 맛보는 희열감에 몸이 떨려온다.





립틴트. 손편지. 케익. 나.


4가지를 가지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어떻게 왔어요?!!!!"

"차 타고 왔다"



잘한일을 한 나는 저렇게 항상 시크해진다.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애기가 되어버린 나의 여자님께서는 애교가 만발한다. 늦은 시간 방을 잡고, 깊은 정을 나눈 후, 차에 잠시 갓다온다며 그녀를 기다리게 한다. 불쌍하게 쪼그려서 케익상자를 열고 '199' 숫자 초를 꽂고 선물을 들고 물을 열어달라고 한다.


촉촉해진 눈가는 질리지가 않는다. 평생 울리고 싶은 남자의 마음이랄까?

누가 보면 이런거 많이 했겠다 싶지만 처음이다. 느끼하고 오글거리고.. 으으.. 그녀의 눈물을 위해서라면



I CAN DO IT 이다.



즐거운 토요일이 지나가고 오늘이 왔다. 그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쳇바퀴 처럼 다시 시작되는 월요일을 보고 다짐한다.


"요일을 생각하지말고 일수만 생각하며 살아야지"

'월화수목금토일' 7가지의 단어가 우리를 힘들게한다. '123456789' 이제는 숫자로만 생각하리니.







하루하루에 의미를 담으며 살아 갈 수 있을까? 부담 될것도 같고, 피곤할 것도 같다. 평일에는 일나가고, 주말에는 쉬고 싶은 마음이 내 생활을 지루하게 만든다. 사회는 언제나 두가지를 같이 뭍는다.


"취미가 뭔가?"

"특기가 뭔가?"


솔직히 둘이 같을 때가 많다. 아니면 딱히 어느쪽에 그것을 배치할지 고민일 때도 있다. 안 그랬으면 좋겠다. 특기와 취미가 명확히 분리되어 '투 잡' 이라는 개념으로 살아가야한다. 낮에 일을 하고 들어와 밤에도 일을 한다. 대신 한 쪽에는 돈과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전재하에. 모든 즐거운일에 돈이 관련되면 힘들어진다. 그렇게 생활을 하며 돈을 연결하는 곳이 바뀔수도 있지 않을까? 시간의 흐름을 견뎌낸 모든 경험들은 은근히 돈을 부르기도 하니깐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