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 여행 #5

조금은 다른 여행

by 한겨울

해가 져서 어둑어둑할 무렵이었다. 언제 도착한다는 메시지도 없었는데 오-타 료칸은 불을 밝힌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왔네요."

"좋으냐."


몇 년째 벼르던 곳이었으니 다른 숙소보다 감회가 남다르긴 했다.


이대로 쭈욱 걸어서 들어가 저 나무 문을 밀면 내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내가 썼던 첫 소설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첫날 밤을 보내게 되는 장소 또한 이 곳이었다.





불 밝힌 대청마루.

비오는 날 이 곳의 문을 모두 열고 마루턱에 걸터 앉아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비오는 밖을 감상하면,


그것 또 참 좋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라면 료칸으로 지어진 집은 아닌 듯 싶었다. 일단 객실 수가 2개 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곳이었으니까.


이전의 살림살이가 그대로 묻어 나는 듯한 그 집엔 아마도 딸이며 아들이며 옹기종기 모여 살았을 듯 싶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자식들이 모두 독립해서 나가고 난 뒤 료칸을 운영하게된 그런 곳 같았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시골집이라서 난 더 좋다고 생각했다.


"실례합니다."


처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외국인이라 영어 접대가 안될 거 같아서 매우 걱정이었다는 주인 할머니의 말에 우리는 쑥스러워하면서 웃었다.


일본어 실력이라곤 해도 회화 학원 6개월 정도 다닌 경력뿐이었다. 그 외엔 여행다니며 친구를 만나며 거의 실전으로 익힌 셈이라 문맹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이런 저런 의사소통에는 문제 없었던 지라 할머니가 안심했다는 말에 나도 선배도 그저 웃고 말았다.


우리가 묵은 다다미방.

2명이 쓰기엔 넘치도록 넓은 방이었다. 누워서 뒹굴고 뒹굴어도 남는 방이었다.

함께 해줄 이가 좀 더 많았더라면 즐거웠겠지만 둘만으로도 운치있는 밤이었다.


하룻밤 석식과 조식을 포함한 1인 숙박비용 5,000엔.


5만원 남짓한 돈으로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시는 일본 가정식 요리와 뜨끈한 목욕을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제법 일본식 음식에 익숙한 터라 식사는 문제없었다. 사시미도 맛있었고 심지어 조식에 나온 낫토 조차 그러려니 하고 먹을 수 있었다.


식사 후에 부른 배도 소화시킬 겸 산책을 하기 위해 나섰다.


이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시골길.


그저 도란도란 우리의 대화 소리와 발소리.

간간이 지나는 자동차만 보일 뿐인 시골 정경이었다.




산책에서 돌아온 후엔 여행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한 목욕을 했다.


2인이 들어가면 가득찰 것 같은 저 욕조. 그리고 보이는 문을 열고 나가면 정말 작은 규모의 노천탕이 있었다.


마침 늦은 비가 내리고 있어서 노천 온천욕 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오-타 료칸 노천 온천탕


빗소리가 물소리처럼 들려 기분 좋은 4월의 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오래된 노천탕에서 목욕을 즐겼다. 물론 맥주 한 캔을 곁들이는 건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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