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 여행 #8

조금은 다른 여행

by 한겨울
99110023.JPG 텅빈 쿠로키마치의 골목길


학교를 빠져 나와 걷는 골목길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어쩜 지나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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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분명히 살고 있는 사람은 있었다.

학교도 있으니 아이들도 있고 어른들도 있고 심지어 노인들도 계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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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를 맞이하는 건 그들이 살고 있다는 흔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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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덜터덜 걸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디서 멍멍하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99110008.JPG 이것은 바로 개 집!
99110006.JPG 반갑다고 한 번 만져 달라고 이렇게나 얼굴을 내미는 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얼굴을 들이미느라 귀가 미쳐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인데도 반갑다고 꼬리를 쳐대는!

녀석에 대한 사랑스러움으로 나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철조망새로 열심히 쓰다듬어 주는데도 좋다고 어찌나 궁둥이를 흔들어대는지.

집에 두고온 우리 집 강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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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마을을 지켜주는 지장보살님이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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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 내내 칙칙하던 시야를 확 트이게 해주는 꽃분홍의 향연.

흐드러지게 핀 그 꽃을 향해 다가가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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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게 하는 꽃들의 잔치.

특별히 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쁘게 피어 있는 꽃을 보면

마음이 설레곤 한다.


내내 칙칙한 것 같은 이 시골마을에서 만난 알록달록한 꽃잎은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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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온 봄처녀의 마음을 달래듯 화사하게 핀 꽃이 우리를 반겼다.

같은 꽃이라도 색깔이 다르고 모양도 달랐다.

무슨 꽃인지 이름 모를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반가운 것은

살아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나, 이제 돌아가면 새로운 일을 시작할 건데 말이야."

선배는 꽃을 보며 즐거운 듯 말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가는 기분이라며 선배가 웃었다.


나 역시 그랬다.

번잡하고 복잡한 도시를 떠나 느릿하고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 시골마을에서,

여유를 충전할 수 있었다.


"뭐든 시작이 반이라잖아요."

그래서 나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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