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보드 & 자유 관광
"와아아아아아아!!"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오는 풍경이었다.
우리가 눈에 미쳐서 한참을 날뛰고 있을 때 지나던
한 일본인 남자가 차를 세우고 다가와 물었다.
"좋은 풍경이지요?"
"네! 정말로 좋은 풍경이네요!!!"
진심 감동 어린 목소리로 내가 대답했다.
그러다 우리끼리 주고 받는 말을 듣고 그가 물었다.
"어? 일본인이 아닌가요?"
"으흐흐. 한국, 부산에서 왔어요!!!"
"부산은 눈이 없나요?"
"네. 거의 없어요."
무릎까지 푹푹 박히는 눈을 걸어본 건 정말 처음이었다.
언제나 책에서나 보고 상상으로만 해봤지 그렇게 제대로 걸을 수 없는 느낌이라고는!
겨울이라 하면 항상 앙상하고 메마른 가지만 떠올렸다.
춥고 쓸쓸하고 그래서 항상 웅크리던 그런 날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 곳의 겨울은 달랐다.
포근하고 넓고 그래서 아무렇게나 기대어도 다 받아줄 것 같은 포용력.
내가 마음껏 응석부리고 부벼도 괜찮다며 웃어줄 것 같은 관대함이 그 곳에 있었다.
진정한 힐링의 공간이 바로 이 곳이 아닐까.
루스츠에 도착하면 정말 장비만 챙겨서 바로 보드를 타겠다는 생각에 모두
보드복을 챙겨 입고 출발했던 건 전부 잘한 일이었다.
다들 안에 엉덩이 보호대며 무릎보호대마저 다 착용하고 있던 상태였고,
옷은 전부 방수가 지원되는 보드복이었기에 마음껏! 눈밭에서 뒹굴었다.
진실로 똥강아지마냥 뛰어 다녔다.
거짓이 아니었다.
사회적 지위와 체면 따위는... 음..
어흑, 나이?
그게 다 무어냐.
일곱 살 어린 아이 시절에도 이렇게 뒹굴어 보진 못했다.
(우리가 사는 부산엔 눈이 내리지 않으니 당연하다)
마음껏 웃고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누워서 데구르르르.
루스츠로 향한다는 목적지가 있었지만 조금 늦어도 괜찮았다.
루스츠에서 보드를 타야 한다는 할 일도 생각났지만 아무렴 어떠랴 싶었다.
어차피 우리는 꽤 즉흥적인 성향의 사람들인데다가
이곳에서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루스츠에서 보드 타는 시간이 좀 줄어들면 어때.
우리끼리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된 거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눈으로 범벅이 되고 나서야 겨우
헉헉 대며 일어나 다시 출발 준비를 하는 우리들이었다.
"루스츠까지 얼마나 남았지?"
"으응. 한 시간이야. 누나."
이미 눈으로 뒤덮인 하얀 세상을 보았다.
우리 앞에 놓인 루스츠가 어떤 모습이든
한 번 들뜬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저멀리 구름 속에 가려진 채로
루스츠가 있는
그 산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