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보드 & 자유 관광
루스츠도 상단은 오후 4시까지만 영업이었다.
우리는 내내 상단에서 놀다가 서둘러 하단으로 내려 와야 했다.
우리가 놀던 곳은 주차해둔 곳과 반대편 산이었기 때문에
서둘러서 건너 가야 했다.
조금 무리다 싶을 정도로 과속해서 달려와 겨우
문닫기 직전의 리프트에 옮겨 탈 수 있었다.
토끼는 제설되지 않은 순수한 파우더 눈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말랑한 보드 때문이었다.
토끼의 보드는 라이딩 보다는 트릭이나 회전 같은 묘기를 보여주는 보드였다.
점프를 하거나 제자리에서 360 도 회전 시에 어울리는 보드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이렇게 뭉친 눈에서는 퍽퍽- 하며 자꾸 자빠지곤 했다.
여행 오기 직전 일본 인터넷 싸이트에서
라이딩 전용인 일본제 보드를 주문했던 토끼였다.
하지만 삿포로가 우리 나라로 치면 "폭설"로 인한
'도서산간 지역' 임을 간과했다.
원래 재고가 없다가 여행 직전에 입고 알람이 뜬 탓에
미리 주문할 수 없었던 점도 그녀에겐 악재였다.
같이 주문했던 바인딩은 예상했던 대로
토요일에 배송지에 도착해서 제대로 수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보드가!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타고 싶었던 루스츠에서는 탈 수 없었다.
어흑.
"언니, 우리 내일 니세코 가면 안될까요?"
다른 일행은 월요일, 그러니까 내일 출국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와 토끼는 수요일 출국이었다.
일단 토요일과 일요일은 토끼& 황군과 함께 보드를 타고
월요일과 화요일은 홋카이도 관광을 하며 보낼 생각이었던 나는
응? 하며 토끼를 쳐다 보았다.
토끼의 얼굴은 간절했다.
이 곳 북해도까지 와서 새 보드를 샀는데!
타보지도 못하고 도로 한국으로 가지고 가야 하다니!
아쉽기 그지 없는 얼굴이었다.
내가 거부한다면 토끼는 분명 네- 하고 수긍하겠지.
"내일은 애들 공항에도 데려다 줘야 하고, 오타루에도 가야 하니 시간이 애매할 것 같은데?"
원래 우리의 계획은 월요일 오전에 일행을 공항에 데려다 주고
차 한대를 반납한 다음 오타루 관광이었다.
그리고 화요일엔 비에이였다.
"네..."
역시나 토끼는 금세 포기했다.
"우리 화요일엔 비에이잖아?"
"그, 렇죠."
"비에이 근처엔 스키장 없나? 어차피 내 목적은 그 나무 한그루니까 좀 일찍 서둘러서 나무 찍고 점심 먹고 오후엔 보드 세 시간쯤 타고 건너오면 되지 않을까?"
어쨌든 너의 새 보드로 이 곳에서 타면 되는 거잖아.
월요일이든 화요일이든.
안 그래?
씨익 웃으며 내가 타협점을 찾아 주었다.
두 사람 다 만족할 수 있도록!
"네!!!!"
비에이 근처에 스키장이 없을 리가 없었다.
이 곳에 그렇게 산발적으로 크고 작은 스키장이 엄청나게 퍼져 있으니 당연했다.
토끼는 급하게 폰을 열어 비에이 근처를 검색했고 적당한 스키장을 찾아 내었다.
"언니! 찾았어요!"
"좋아!"
우리는 그렇게 계획에 없던 세번째 보딩을 예정해두고 저녁까지 보드를 즐겼다.
보딩을 마치고 차로 돌아가기 직전에도 우리는 그냥 갈 수 없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조명이 켜진 입구는 아름다웠고
우리는 역시나 기념 사진을 찍어야 했다.
안녕, 루스츠.
즐거웠어.
꼭 내년에 또 다시 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루스츠에서의 아쉬운 마음을 접고
우리는 다시 짐을 챙겨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총 일곱명의 인원 중 남자가 세 명,
여자가 4명이었다.
그 중 커플은 두 팀.
해가 지니 날씨도 춥고 눈도 많이 내리고 있었다.
로비에서 차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어서
걸어 가기에 귀찮았을지도 모른다.
"누나들, 여기 있어요. 우리가 가서 차 가지고 올게"
우리의 귀염둥이 솔로이스트 황군이 그렇게 말했다.
남자 둘이 차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걸어 갔고
우리는 따뜻한 로비에서 사진을 찍으며 기다릴 수 있었다.
사소하지만 고마운 배려라고 생각했고
그런 배려를 해줄 수 있는 일행들이라 감사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런 그대들과 함께 여행할 수 있어서 참 좋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