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보드 & 자유 관광
"어제 저녁은같이 못 먹었으니까 오늘은 다같이 맛있는 거로 먹어요."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싶은 사람,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순간,
같은 시간에 대한 추억이 쌓여 간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모두가 처음인 북해도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이었을 때
토끼가 타베로그를 뒤져서 추천했다.
"양고기 먹으러 가요."
인원이 일곱명이고 사실 모두의 입맛은 각자가 다르다.
누군가는 돼지고기를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다.
양고기 또한 그 누린내로 인해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음식이었지만,
"일단 먹어 보고 다음에 다시 먹을지 안 먹을지 고민해 보겠어."
라는 나의 모험 정신에 힘입어 모두들 도전해 보기로 했다.
루스츠에서 숙소까지 대략 세시간.
숙소에서 대충 짐을 내려 놓고 옷을 갈아 입고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스스키노 시내로 나섰다.
스스키노는 삿포로 내에서도 제법 번화가였다.
적당한 주차장에 주차를 마친 다음 목적지인
양고기 집을 향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기
시작했다.
낮에 루스츠에 있을 때 내린 눈이 무색하게
스스키노 시내엔 눈이 별로 없었다.
올해 삿포로는 별로 눈이 안왔다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었다.
내내 눈밭에서 뒹굴다 와서 그런지
휑하니 드러난 시내의 거리가 익숙치 않았다.
그래도 골목으로 들어서니 아직 제설이 덜된 거리가 드러났다.
계속해서 눈이 내리다 말다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로는 이런 모습이었다.
자칫 아무 생각없이 걷다 보면 미끌~ 하거나 휘청하기도 한다.
"워어. 조심해 조심."
미끄러져서 다치면 골로 간다.
기껏 여행 왔는데 다쳐서 돌아가면 곤란하지.
그래, 정말 곤란할 테지.
마지막 순간까지 다들 즐겁게 돌아갈 수 있기를!
몇 군데의 체인점이 있는 모양이지만 토끼의 안내로 찾은 곳은 여기였다.
일본에서 어느 정도 소문난 맛집의 경우
대략 1시간 가량의 웨이팅은 기본인 듯 하다.
심지어 미슐랭 가이드 원스타 정도쯤 되면
두시간 세 시간의 웨이팅도 감수해야 했으니
어제의 스프카레도
오늘의 양고기도
우리는 저녁 아홉시가 훌쩍 넘긴 시간에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중국식 양고기 꼬지 구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 특유의 누린내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곳의 양고기는,
그래 솔직히 말해서 반해 버렸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먹을 수 있겠다.
이, 오묘하고 아름다운 색깔의 알코올도 내 취기를 북돋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보드를 타고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 내 굶주림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우리들은 양고기를 흡입했다.
양파 위에서 생고기를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
개인별로 주어진 양념장에 다진 마늘을 취향대로 풀었다.
나는 마늘을 좋아하는 편이므로 아주 잔뜩~
그리고 구워진 고기를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입안에서 아주 살살 녹아내리는 그 맛이!
먹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중국식 꼬지구이를 먹을 때는 살짝 비리고
거부감이 들던 그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심지어 한우를 먹을 때도 쇠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있어
많이 먹지 못하는 나로서는!
양파 덕분인가
양념장 덕분인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 외 다른 채소로 피클같은 느낌으로 양배추 절임도 주는데
여기에 싸먹는 것도 꽤 별미인지라
나는 몇 그릇이나 먹어 치워 버렸다.
정말 이렇게 먹어 치우다 보면
술이 술을 부르고 고기도 부르고
몇 잔에 몇 그릇이나 먹은 줄 모르게 된다.
운전을 해야해서 콜라를 마셔야하는 황군이나 한별이가 너무 아쉬워하는 마당에~
음주를 즐기는 우리는 나중에 숙소에 가서 마시라며 아쉬움을 달래주는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북해도에서 실컷 양고기를 먹고 한국에 돌아와보니
최근 부산에도 '칭기즈'라는 이름의
양고기 구이 체인점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먹었던 북해도의 그 양고기 구이 스타일 고깃집이라고
추측해보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실컷 먹고 배를 통통 거리며 계산하고 보니
도합 23만원치를 먹어치운 일행들.
"아, 이 엄청난 식신들!"
하며 서로를 향해 낄낄거렸지만 그조차도 즐거운 추억이었다.
실컷 먹었다. 먹었으니 소화를 시켜야 했다.
스스키노에는 24시간 쇼핑할 수 있는 돈키호테라는 쇼핑몰이 있었다.
드럭부터 화장품,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생활 잡화는 다 파는 돈키호테는
늦은 시간에도 쇼핑이 가능한 곳이었다.
토키와 나를 제외한 일행은 내일이면 귀국할 예정이므로
기념품이나 친구들 선물을 사야 했다.
마지막 밤의 야식을 위한 먹거리도 사야 했으므로
우리에겐 필수 코스였다.
그렇게 몇 시간의 쇼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에게 남은 건 야식 타임.
사온 맥주를 까고 야끼소바를 삶았다.
일본의 여러 가지 컵라면 메뉴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오코노미야끼맛 야끼소바이다.
아까 다루마에서 운전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했던 황군은
바로 맥주 부터 깠다.
그렇게 일곱명이 함께 지내는 마지막 밤이 흘러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