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 #11.

내맘대로 보드&자유 여행

by 한겨울

다음날은 체크아웃도 하고 차 한 대를 공항에 반납하고

일행을 공항에 데려다 주어야 했기에 조금은 부산한 아침이었다.


그래서 식사는 간단하게 컵라면과 햇반으로 떼웠다.

그리고 남아 있던 스프카레를 데워서 햇반에 비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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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은 하나 뿐인데 인원은 일곱이다.


나중에는 그냥 한번에 남자는 남자끼리 같이,

여자는 여자끼리 같이 씻게 된다.


그 와중에 현관앞에 나란히 놓인

우리 여자들 부츠가 괜히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20170220_082242_Film1.jpg 220,230, 240, 250 정말 사이즈도 다양하지.

같은 브랜드의 같은 신발,

사이즈는 다 달라도 마음은 같다.


사람은 다 달라도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은 같다.


30년을 넘게 서로 다르게 자랐지만

같은 취미를 가지고 같은 것을 즐기고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마음으로 몇 날 며칠을

같이 먹고 자고 해도 즐거운 그대들이 있어

나는 정말 행복했다.


같이 즐겁게 지내다 그저 먼저 보내는 것 뿐인데도

괜히 마음 속의 무언가가 잘려 나가는 기분 같아서 한 켠이 섭섭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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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잘 놀다가 와, 토끼도."


서로의 어깨를 꽉 부둥켜 안고 잠시뿐일 작별인사를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만날 텐데도 뭐가 그리 아쉬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20170220_085658_Film1.jpg 숙소에서 신치토세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택시

공항으로 가는 길은 맑았다.

이 친구들이 돌아가지 못하게 엄청난 폭설이 내리지는 않을까.

그래서 비행기가 결항되어 어쩔 수 없이

하루 정도 우리랑 같이 있다 가게 되진 않을까

속으로 나쁜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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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돌아가는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이라 다소 밀릴 걸 예측했음에도

북해도의 도로는 여유로웠다.


그러고 보니 이 곳을 내내 돌아다니면서도

러쉬아워 같은 건 겪어 보지 못했다.


바쁠 것도 없고 복잡할 것도 없는 세상.

살아가는 모습에 여유가 있었고

흘러 가는 시간에 너그러움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 속에서도 관대함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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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지는 시야를 따라 내 삶속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을까.


20170220_094627_Film1.jpg 신치토세 공항으로 가는 길

아쉬움을 담고 나는 그대들을 보내러 간다.




렌트카 사무실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차 한대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일행을 태워 보냈다.


무사히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준 다음 토끼와 나는

내내 타고 다녔던 큰 차가 아닌 작은 차에 올랐다.


우리의 목적지는 남들도 다 가본다는 오타루.

북해도 하면 생각나는 그 영화


"오겡끼데스까!!"


유명한 대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촬영지 오타루를 가보기로 했다.


왜냐고?


내가 보통 여행의 목적지를 정하는 이유는 꽤 단순하다.

이미지 때문이다.


예전에 큐슈의 쿠로키 마치를 찾아갈 때에도 인터넷 블로그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동기의 인스타 그램에서 발견한 단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사실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물론 지금도 친하지는 않다.


대학 4년을 같은 과, 같은 학년 동기로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도

말을 섞어본 적도 거의 없는 사이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별 연관관계도 없었을 내가 왜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알고 있는가 하면

역시나 이리 저리 연결되는 SNS의 폐단이라고나 할까.


친하고 안친하고의 관계를 떠나서 나는 그녀의 사진만큼은 꽤 좋아한다.

대학교 4년을 같이 다니면서 서로 대화를 하거나 같이 친해질 기회는

별로 없었지만 만약 지금이라면 아마도 내가

그녀에게 꽤 다가가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다.


SNS 페이지를 통해서 지켜본 그녀는

사진 촬영이라는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정말 좋은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그리고 2010년도에 그녀가 북해도를 여행하면서

오타루에서 찍어온 단 한 장의 사진에 나는 반해 버렸다.


그게 내가 오타루에 가고 싶었던 단 하나의 이유였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오타루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랐다가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그리고 화장실을 들르다 귀여운 찹쌀떡을 발견하곤 사먹었다.


메롱- 혓바닥을 내민 찹쌀떡

귀엽기 짝이 없는 이 찹쌀떡을 사고 있으려니 찹쌀떡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여럿이 있을 때는 현지인이 말거는 일이

잘 없었는데 확실히 여자 둘이 있으니

말 거는 사람도 늘어난다.

특히 아저씨들이!


"너희 어디서 왔니?"

"응. 한국에서 왔어요~"


이쯤되면 꼭 한 마디씩 한다.


"오- 일본어 잘하는구나! 어디까지 가니?"

"응. 오타루에 가려고요."


그랬더니 예상외의 정보를 얻었다.


오타루로 향하는 길에 사고가 나서 도로가 통제 되었으니

중간에 고속도로를 내려서 국도로 가야 한다는 거였다.

우잉? 그 말을 듣고 아저씨가 가리키는 텔레비전 화면을 보니

실시간으로 사고로 인해 도로 통제 상황이고

어느 지점에서 고속도로를 벗어 나야 하는지

정확하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오- 정보 고마워요."

"그래, 좋은 여행 되렴."


+++


모든 차들이 그 곳으로 몰려 들어서 차가 엄청나게 밀렸던 것만 빼면 괜찮았다.

북해도에서는 처음 겪어 보는 40여분 간의 정체였지만 그마저도 우리는 괜찮았다.

마음껏 주변을 구경하고 마음껏 사진을 찍고

마음껏 음악을 듣고 놀았으니까.


20170220_123803_HDR_Film1.jpg 중국인과 사람이 버글거리는 오타루 운하

그렇게 도착한 오타루에 대한 첫인상은 사실 실망스러웠다.


그 동안 내내 시내가 아니고서는 한적한 곳만 돌아다녔던 터라

관광객이 드글거리는 상업지구는 처음이었다.


대학 동기의 사진 속에 있던 오타루는 그런 상업적 모습이라곤

전혀 없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여긴 너무 관광지네."


유후인이나 교토의 다른 관광지처럼, 너무 상업지구 같아.

그래서 약간은 실망.


처음부터 상업적이라고 각오 하고 왔다면 달랐겠지만

한적한 시골 마을을 예상하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20170220_124932_HDR_Film1.jpg 오타루 도로 전경


"저거 눈사태 나지 말라고 박아둔 거지?"


언덕 곳곳에 벤치처럼 박혀 있는 기둥 아닌 기둥을 향해 내가 말했다.


"아, 그런 거 같은데요."


토끼가 올려다 보면서 대답했다.


"근데 꼭 피아노 오선지 같다야."


내 말에 토끼가 웃었다.


새하얀 도화지에 그려 놓은 피아노 악보를 떠올리는 내가 이상한 걸까.

유달리 이 곳 북해도에 와서 나는 감상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원래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만

꽤 숨기고 살아온 건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때때로 냉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았다.

차갑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고 살았다.


하지만 이 곳 북해도에서는 없던 감성도 생겨나는 기분이었다.


오타루 관광 도로

오타루의 유명 관광지라면

단연 오르골 박물관이었다.


개인적으로 오르골을 좋아하기도 하고

너무 비싸지만 않다면 좋아하는 곡 정도는

하나쯤 소장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너희가 지났던 그 길을 가고 있어 "



북해도에 왔던 첫번째 날, 관광팀이 들렀던 곳이

삿포로 맥주 박물관과 오타루였다.


단체 채팅방에 오타루의 사진을 찍어 올려 주며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20170220_124956_HDR_Film1.jpg 보드복 아우터는 훌륭한 방한복이다.

4박 5일간의 일정에 따로 겨울용 아우터를 가져 오기엔

짊어져야 할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탓에 보드복으로 견디기로 했다.


보드복은 영하 2,30도의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따뜻하고 방풍, 방수도 잘 되었으므로

그보다 좋은 옷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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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가 얼마나 상업지구냐 하면,

초코렛 매장 앞에 시식 코너가 있었다.


시식용 초코렛

어디의 무슨 초코렛인지도 모르고 일단 받아 먹었던 초코렛.

일본의 디저트류는 일단 맹신하는 습관이 있는 나로서는

무조건 입안에 털어놓고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어!!!!"


하지만 사진 않았다.


우리의 목적지는 일단 오르골 박물관이었고

손에 무언가 들 짐이 많아지는 건 원치 않았으니까.


1층, 2층, 3층까지 전부 오르골이었다.

20170220_131721_Film1.jpg 여기에 깔린 게 전부 오르골? 오르골!

사람도 많고 사람만큼이나 많은 오르골이 있었다.

그 많은 것을 어떻게 전부다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걸 사나?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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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을 뒤집으면 노래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 원하는 음악이 있는지만 찾아 내면 된다.

하지만... 한 두개도 아니고 일일이 어떻게 뒤지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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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마음에 드는 모양의 "너를 태우고 (君をせて)" 오르골


의외로 나는 목적의식이 분명한 편이어서

오르골 박물관에 갈 때에도 원하는 음악을 미리 정해놓고 간 터였다.

누구에게도 미리 말한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작품 중

천공의 성 라퓨타 OST 였다.


"너를 태우고 (君をせて)"


어쩐지 감성을 자극하는 이 노래는 히사이시 조의 여러 곡 중

들을 때마다 마음이 울컥거리게 만들었다.

노래 가사의 뜻을 몰라도,

그저 그 멜로디 만으로 그렇게 만드는 곡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이 노래를 찾고 있어, 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토끼가 찾아내어 주었다.


그래서 토끼에게 말했다.


"너, 남자였다면 내가 반했을지도 모르겠어."


안타깝게도 나는 이성애자다.

토끼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은 참 잘 통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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