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보드&자유 여행
우리가 신나게 오타루 관광을 하는 동안
일상으로 돌아간 일행이 있었다.
토끼와 내가 단톡방에 올려주는 관광 사진에
부러워하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2박 3일 내내 보드만 타느라 관광은 전혀 하지 못한 황군은
내년에는 관광도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미처 시간이 없어 사오지 못한 육화정 버터 쿠기를 주문 받았다.
일단 길을 걷다 저 아이스크림 과자가 먹고 싶어 들어간 곳이었다.
이 추운 겨울에 아이스크림이라니, 제정신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물론 제정신입니다.
그리고 정말!!!!!!!!!
맛있습니다!!!!!
하아, 사진 보고 있으니 기억 속에서 그 맛이 되살아나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먹고 일어서서 나오려는데,
음?
"여기.. 육화정 아니야?"
주변을 둘러 보다 내가 말했다.
"어? 그러네요!!!!"
토끼도 말했다.
먼저간 일행들이 사다 달라고 부탁한 육화정 버터 쿠키를 파는 그 곳이었다.
원래 가야하는 곳이긴 했지만 의도하지 않게도
아이스크림 먹으러 들어온 집이 그 집이라니!
"와하하하. 신기해."
기막힌 우연에 신기해 하며 빵 하고 둘이서 웃음을 터트렸다.
육화정에서는 버터 쿠키와 버터 케이크를 팔고 있었는데
둘 중 뭐가 더 나을지 몰라서 일단
각각 한 개씩 사서 우리가 먼저 먹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토끼와 나는
동시에 붉은 버터 쿠키에
둘 다 손을 들어 주었다.
결정은 끝났다.
모두에게 버터쿠키를
선물할 차례였다.
버터쿠키를 가득 사들고 나온 우리는 그 짐이 제법 무거워서
다시 차로 돌아가 짐을 놔두고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이미 아이스크림과 커피,
그리고 쿠키 등의 디저트류를 먹은 주제에
점심을 먹기 위해 움직이는 그녀들.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가.
그리고 차로 바쁘게 걸어 가던 중
후각을 자극하는 금상 고로케를 발견해 버렸다.
...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 원래도 고로케를 좋아하는 나인데,
토끼도 좋아하나 보다.
"언니, 우리 이거 먹어요."
내가 평생 먹어본 고로케 중
무조건 엄지 손가락이다.
유후인의 어느 거리에서도 금상고로케라 해서 팔지만 북해도 오타루의 이 금상 고로케만큼은 아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면서도 절대 느끼하지 않은 그 맛.
.... 오타루 두 번은 안 가려고 했는데 이 고로케 먹으러 한 번 더 가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둥둥 운하 위를 떠가는 천둥 오리
가족을 보며 토끼가 말했다.
"저, 천둥 오리는 실물로 처음 봐요."
"어? 진짜? 크크크크"
그게 왜 그렇게 웃겼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웃을 일도 없다 싶었지만
그 때는 참 즐거웠던 것 같다.
일본 최초의 철도라고 했던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 했다.
이 곳을 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일본 영화 '철도원'이 생각났다.
아마 그 영화도 이 곳 홋카이도 어딘가가 배경이었을 텐데.
눈 덮인 이 곳에서 철도원이나 러브레터 같은 감성적인 영화가
탄생한 건 당연한 것 같았다.
사람이 다니고 차가 다녔던 길은 어디나 흙이 묻어서
지저분할 수 밖에 없었다.
관광지임에도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한가로운 이 곳,
그래서 내가 북해도가 좋았던가 보다 라고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점심은 해산물 덮밥 어때요?"
이번 여행 기간 동안 먹는 건 전부 토끼에게 일임한 터였다.
"나는 특별히 가리는 것 없으니 네가 먹고 싶은 거로 정해봐."
그렇게 말했음에도 토끼가 골라오는 메뉴는
정말 놀랍게도 전부 내 입맛에 감동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토끼한테 두 번째로 반해 버렸다.
공영주차장에 주차했던 차에 짐을 실어놓고 다시 오타루 역으로 향했다.
역전 근처에 있던 삼각시장 내 해산물 덮밥 가게가 있었다.
현지인 타베로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곳. 무려 별 4개 이상이라고 했다.
밥 위에 올라가는 해산물은 3가지 5가지로 그 종류는 본인이 선택 가능하다.
나는 게살, 새우, 성게, 연어, 연어알 정도로 선택했고
토끼는 성게 대신 날치알을 선택했다.
그리고 역시나 삿포로 클래식!
해산물 덮밥은 2016년 4월 오사카 여행 때도 두번이나 먹었지만,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신선하고 비린 맛이 전혀 나지 않는 해산물!
날것임에도 그 감동이 그대로 전해져와 우리는
저 큰 밥그릇을 순식간에 쓱싹 해치웠다.
밖을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운하에서 야경을 찍고 저녁에는 스스키노로 돌아가
삿포로에 살고 있는 토끼의 학교 후배를 만날 예정이었다.
해가 지기 전까지는 시간이 좀 있는 것 같아서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길을 건너고 그냥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카페로 걸어 들어갔다.
때로는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따져 찾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것도 괜찮은 법이다.
그리고 별 생각없이 들어갔던 그 카페는 의외로 꽤 전문적이면서도
커피맛은 훌륭했다.
"황군이 오면 좋아할 것 같아."
커피 관련 회사에 다니는 황군을 떠올리며 내가 말했다.
"응. 맞아요. 저도 그 생각했어요."
토끼도 동의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지켜 본 30분 남짓한 시간,
그러는 사이 소복하게 눈이 쌓여 갔다.
텅 비었던 도로가 갑자기 눈길이 되었다.
"헐, 아까 그 길 맞아?"
"네. 맞아요."
믿을 수 없게도 사실이었다.
길가에 전시 되어 있던 조그만 테이블에도 이렇게 눈이 쌓여 있었다.
아, 정말 눈이라는게 이렇게 순식간이로구나 싶어졌다.
시커멓던 그 길은 한순간에 새하얗게 덮여졌다.
갑자기 오타루가 왜 이렇게 예뻐 보이는 건지.
낮의 실망스럽던 그 길이 맞는 거니? 쿡쿡.
관광객이 너무 많아 실망스럽던 그 길은 조용해져 있었다.
운하를 둘러 봐도 우리 뿐이었다.
해가 져서 날씨는 춥고 눈길이라 돌아갈 길이 걱정스러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졌다.
당장 나는 아무도 없는
좋은 분위기의 운하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이 곳 오타루에 온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니까.
이 곳이 일본인지 아니면 뉴욕의 어느 거리인지 헷갈리긴 해도,
이 사진을 보면 내가 오타루의 한 곳, 한 순간에 서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