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 #14

내 맘대로 보드&자유 여행

by 한겨울

2월 21일의 아침이 밝았다.

워낙 날씨가 변화 무쌍한 북해도이니만큼

흐리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였다.


우리가 묵었던 토요코인은 조식도 나오는 호텔이었지만

토끼와 나는 잠을 위해 과감히 조식을 포기했다.


"아침잠은 소중하니까요."

라며 웃는 토끼가 나는 진심으로 좋았다.


Le Tao 에서 사왔던 디저트류

오늘의 일정은

비에이의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조식은 포기했지만 비에이까지는 차로

2시간 남짓한 거리였다.


그리고 우리에겐 저녁 식사 후에 디저트로

먹으려고 사왔다가 너무

배가 불러 먹지 못하고 남겨 두었던

오타루 Le Tao의 딸기 타르트와 여러 쿠키가 있었다.


"조식 대신 이걸 먹자."

"좋아요. 읏흥."

"아, 그런데 딸기가 뭉개졌어. 힝-"


냉장고에서 딸기 타르트를 꺼내다 허물어진 생크림에 내가 울상을 지었다.


"아, 아니다. 어차피 이런 건 사진 빨이야. 안보이게 찍으면 되는 거지."

(사진은 교묘하게 찍어놓고 난 왜 이걸 다 쓰고 있는 건지)


늘 친구들의 얼짱 각도 사진을 찍어두던 경험을 살려

딸기 타르트의 뭉개진 부분을 교묘하게 가린 다음 인증샷을 찍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당분 쳐묵쳐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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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맑고 좋았지만 간밤에 내린 눈으로 시내 도로도 길이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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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사람이 많이 지나다닌 곳은 눈이 녹았지만 안 녹은 곳이 더 많았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제설차가 돌아다니고는 있었지만

이러다가도 또 눈이 쏟아지곤 하니까 힘빠지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침이니까 카페인이 필요해."


그래서 눈에 띄는 별다방에서 카페인 충전도 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출근 하는 차가 많았다.

도로 곳곳에 눈이 그대로 쌓여 있으니

차들이 모두 조심운전하는 중이었고

그런 도로의 흐름세를 따라서

나도 천천히 운전하는 중이었다.


어차피 바쁠 것 없지 않나 싶었다.


"비에이에 도착하면 나무 하나만 찍으면 되고

점심 먹고 보드 타고 그러고 건너오자."

"네~"


어차피 여행이란 무조건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10 여 년 전 인도 배낭 여행에서

깨달은 뒤로는 뭔가 여유로워져 버린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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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접어들자 그래도 눈길은 아니었다.

파란 하늘도 제법 보이고 신나는 드라이브 길이 시작되었다.

비에이로 가는 길.

혼자 가도 설렐텐데 곁에는 함께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평소라면 모든 것을 혼자 알아보고 검색하고

해야 할 텐데

일을 도와줄 수 있는 토끼라서 고마웠다.


여행이란 확실히 사람을 서로 가까워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지난 몇년 동안 토끼와 나는 물론 서로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함께 해온 많은 낮밤이 있었지만

이렇게 단 둘이 함께 지내는 날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일행들을 보내고 둘만 남아 몇박 며칠을 보내면서

제법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와 동생이지만

꽤 서로 비슷하고 잘 통하는 면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서로에게 여행 메이트로 잘 어울린다는 점도.


사실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취향도

달라서 서로를 제대로 알 기회가 별로 없었을 뿐.


이 여행에서 돌아가면 우리는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분명 서로에 대한

애정 한 가지는 달라질 것이다.


비에이에 가까워지니 드넓은 평원이 나타났다.

20170221_110944.jpg 결국 비에이에 도착하기도 전에 차를 세웠다.
20170221_111023.jpg 저기 내가 버리고 온 우리의 렌트카

사람도 별로 없고 새하얀 눈만 가득한 이 곳은 마음의 평안을

얻기에 그만인 곳이었다.




"언니 이 곳 전부 다 가져요"





겨울의 북해도는 이래서 좋았다.

여름엔 시원해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성수기이기도 하고.






"그래, 이거 전부 다 내 꺼."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 마다의

매력이 있겠지만


여유와 고즈넉함을 사랑하는 나는

겨울의 넉넉한 북해도에 반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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