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 #16

내 맘대로 보드&자유 여행

by 한겨울

4박 5일의 일정을 쪼개어 찾은 세 번째 스키리조트는 후라노 근처에 있는 카무이스키링크스였다.

비에이에서 후라노까지는 차로 1시간 정도.

어디까지나 토끼의 오가사카 보드를 테스트하고자

하는 의도였으므로 무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평일 오후라 그런 건지

북해도에 많은 스키장 중 하나라 그런건지

규모가 작은 스키장이라 그런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이래가지고

스키장 운영이 되는 걸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스키 리조트는 한산했다.




우선 보드 인증샷부터 하나 찍고 시작해 본다.

맘모스가 뒤집어진 내 보드는...;;

안타깝구나.

이 사진을 찍을 때는 보드가

뒤집어져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20170221_151147.jpg 오가사카와 함께하는 토끼의 기념촬영
20170221_151325.jpg 안녕하세요,


비에이나 후라노는 북해도에서도 춥기로 소문난 지역이었다.

당연히 제설하진 않았지만 눈도 제법 강설에 가까운 편이었다.

우리가 있었던 2017년 2월 21일 오후는

제법 기온이 내려간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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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이 스키장 풍경들

그래서일까.

부드럽기 짝이없던 파우더 설질인 테이네나 루스츠 스키장에 비해

카무이 스키장의 눈은 우리나라 강원도 스키장의 제설된 꾹꾹 인공 설질 같은 기분이었다.

제설차가 방금 지나가서 꾹꾹 눌러담은 눈을 보드로 알알이 깨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

딱딱하게 뭉쳐진 그 눈알갱이들을 부수고 나가기 위해

허벅지를 더 낮게 눌러줘야 했다.


그리고 루스츠에서 물렁한 보드로 고생했던 토끼는

새로운 하드한 보드로 신나게 내달리고 있었다.

나는 앞서 달려 나가는 토끼를 촬영해주기 위해

핸드폰을 손에 들고 따라가야 한다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토끼는 전향각, 나는 덕스타일!

토끼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마무시한 스피드가 필요했다. (삐질삐질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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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비어 황제 보딩이 가능한 평일의 카무이 스키 링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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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오가사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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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들어보는 자이온 보드와 나

제법 길기도 긴 슬로프.

아무도 없어서 쉴 틈도 없이 오르게 되는 리프트.


1487677466799.jpg 리프트가 운행되는 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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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으로 올라가는 곤돌라 안에서 아무리 내려다 보아도 아무도 없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스키장임에도 상단에서 하단까지는

꽤 긴 길이의 슬로프였다.

대략 지도만 따져봐도 상단과 하단을 합쳐 스무 개 이상의 슬로프가 있었고

짧은 한 나절만 가지고는 다 타볼 수 없었다.

몇 시간 동안 리프트를 10번 가까이 탄 것만으로도

우리는 체력이 넉다운 되어 버렸고 허벅지는 이미 너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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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드문 우리 말고 다른 리조트 이용객이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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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체력이 다할 때쯤 해가 지고 있었다.


보드는 꽤 체력을 요하는 레저 스포츠였다.

겨울은 춥다지만 보드를 타다보면 그런 추위마저도 잊게 된다.


실컷 내달리다 이마에 흐른 땀을 닦다

보면 허기가 지게 된다.

그럴 때를 대비해 우리는 간식용으로

점심 식사를 했던 쥰페이 레스토랑의

돈카츠샌드위치와

새우샌드위치를 포장해왔었다.


후라노 지역에서 삿포로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리므로 허기를 달래는데는 그만일 것이다.



1487677442474.jpg 만족스러운 북해도 여행이었어요.


오가사카 테스트도 마쳤다. 4박 5일 중 관광도 이틀. 스키장도 3일.

무언가 알차게 보낸 느낌이었다.


"저녁엔 노미호다이 어때요?"

"마시고 죽자는 얘기지?"

"마지막 밤이잖아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토끼가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 밤은 순탄하지 않았다.

삿포로로 돌아가는 길엔 블리자드가 우리를 맞이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상태인데, 설상가상으로

도로도 잘 보이지 않았다.


참 이상한게 동영상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꽤 많이 밝게 촬영된다.


어쨌든 우리는 죽을 것 같은 공포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블리자드 고속도로를 탈출하여 삿포로 시내로 들어섰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인해 차가 갓길에 쳐박힌 사고도

목격한 뒤라 우리는 아주 겁먹은 상황이었다.


안개로 인해 앞도 옆도 안보이는 상황에서

미친 듯이 빠르게 달리는 앞차를 놓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천천히 달릴 수도 없어서 더욱 무서웠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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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시내여, 만세.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눈 쌓인 도로가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었다.


"살았다. 살았어!!!"


둘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기분이 이럴까.

등골이 오싹오싹한 채 운전을 계속했던 나는

통행양이 많고 속도가 줄어드는

시내에 들어와서야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일본어가 전공인 토끼는 의외로 삿포로에 친구가 많았다(?).

그 중 한국인 친구도 있었지만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한 친구는 일본인 친구라고 했다.


"노미호다이 - 주류무제한"

즉, 2시간 or 3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주류의 종류에 상관없이 무제한 마실 수 있었다.

간혹 "타베호다이" 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우리 나라 식으로 하면 뷔페 같은 거였다.


어쨌거나 눈보라를 뚫고 후라노에서 삿포로 스스키노로 달려온 우리는

주차를 완료하고 짐을 올려놓고 서둘러 약속 장소로 달려 나갔다.

삿포로 최대 환락가인 스스키노에는 클럽도 있고 여러 술집도 있었다.

그 중에서 굳이 그 곳을 정한 이유는 같이 만나기로 한 토끼의 친구가

자그마치 "쿠폰"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미호다이 같은 경우 주류는 무제한이지만

안주는 무제한이 아니므로 시켜야 하는데

안주 1개 무료 쿠폰이 있으면 돈을 아낄 수 있으니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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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눈이 내려서 도로는 또 하얗게 뒤덮이고 있었다.

미리 예약해두었기에 전망 좋은 창가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일단 시작은 역시나 삿포로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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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홋카이도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삿포로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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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작되는 안주의 향연.
쿠폰으로 사킨 사시미 메뉴


쿠폰으로 제공되는 무료 사시미 안주.

원래는 2인용 메뉴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3인용으로 세팅되어져 나왔다.


깜짝 놀라서 서빙해주는 점원을 바라보니

살짝 윙크하면서

"세 사람이잖아요?"

하는 게 아닌가.


뜻하지 않은 친절.

함께했던 일본인조차도 기대하지 않았던

친절에 깜짝 놀라며 와하하~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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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음주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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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은 다 먹고 나면 빼째 다시 튀겨서 전병처럼 만들어 준다.


사케를 따라주는 법


맥주로 시작해서 와인이고 사케고

온갖 장르의 주류를 가리지 않고

이것 저것 섞어 마시다 보니

어느덧 알딸딸하게 취기가 올랐다.


안주도 맛있고 술도 맛있고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었다.

기분도 분위기도 흥겹게 즐거운 밤이었다.




다음날은 술을 이것저것 섞어 마신 덕분에

역시나 머리가 아팠다.

해장이 필요했지만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공항으로 가야했고

여유 부릴 시간은 없었다.

덕분에 북해도의 마지막 식사는 공항에서 해결해야 했다.


토끼는 해장을 하겠다며 일본식 미소 라멘을 택했지만 나는 고민이었다.

평소였다면 우동을 먹었을 테지만 의외로 북해도엔

우동이라는 메뉴가 잘 없었다.


"언니도 미소 라멘 드세요. 이거 맛있어요."


하지만 나는 기름지거나 비린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돼지 육수 베이스의 후쿠오카식 일본 라멘도 먹지 않는다.

이를테면 돈코츠 라면이라 이름 붙은 그런 음식들은 전혀 입맛에 맞지 않았다.


"난 일본식 라멘 별로야."

"아니에요. 언니 이건 맛있을 거에요."

"그래?"


토끼는 북해도식 일본 라멘은 후쿠오카와는 다른

새우 육수라고 했다.

그래서 먹어보니!

우오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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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먹을 수 있는 일본식 라멘이 생겼다.


확실히 덜 느끼하고 시원한 맛이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몰라도 훨씬 속이 개운해지는 맛!


덕분에 만족스러운 일본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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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떠오를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는 아저씨들.

저 멀리 눈으로 덮인 구름 아래의 북해도를 뒤로한 채

우리는 아직 남아 있는 알콜 기운 때문에 눈꺼풀이 무거웠다.


"언니 내년에 또 오고 싶어요."

"응. 난 내년에 또 올거야."

"저두요."

"응."



그래서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2018년 2월 북해도 항공권을 구입한 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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