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즈에 희망은 있는가? 2편
올해 삼성라이온즈는 마케팅 회사인 제일기획으로 이관하면서 자생하는 구단을 만들겠노라고 외치며 라팍에 입성하였다. 신구장의 오픈빨은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인기구단 '엘롯기'보다 홈 관중이 더 많은 수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라팍엔 파란불이 켜지는 경우보다 빨간불이 켜지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팬들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고, 언제까지 지는 경기를 보러 라팍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팬들이 오지 않는 구단을 자생하는 구단으로 만들 수 없다. 결국, 프로스포츠에서는 성적이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겠다. 성적이 안되면 적어도 납득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1편을 작성한 후, 롯데에게 시리즈 끝내기 스윕을 당했다. 단일팀 역사상 처음이자, 문규현은 두경 기연 속 끝내기의 진기록을 달성하였다. 앞선 두경기에서는 실책 후, 끝내기를 연속으로 반복했고, 마지막 경기에에서도 앞서던 경기를 뒤집히는 모습을 보여줬다.
1차전,2차전의 백상원의 실책은 수비를 중요시 생각하는 삼성에 반하는 플레이였다. 삼성은 그동안 최소 실책 부분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던 수비를 잘하는 구단으로 알려져있다. 85년 다저스에서 배워온 다져웨이를 바탕으로 삼성에 접목시킨 수비매뉴얼 '삼성웨이'는 특히 유명하다. 정말 사소한 거까지 매뉴얼이 만들어져 있어 모든 수비 상황에 효율적인 대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삼성웨이는 당시 수비코치이던 류중일 감독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래서인지 류중일 감독은 수비가 되지 않는 선수는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백상원은 클러치 에러에도 불구하고 계속 선발 출장을 하고 있다. 백상원뿐 아니라 선수들의 성의 없는 플레이, 중요한 상황에서의 에러, 본헤드 플레이 등은 삼팬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데 동기부여가 사라진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주전을 차지하겠다는 동기부여도 중요하지만 류중일은 믿음의 야구를 매우 강하게 실천하는 감독 중 하나로,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부진하다고 하더라도 자리는 주어진다. 그렇다면 다른 동기부여, 인센티브에 대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삼성은 예부터 많은 인센티브 등을 통해 야구선수라면 꿈꾸는 구단이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명문화되지 않는 암묵적인... 하지만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올해, 그런 인센티브가 없어졌기에 집중력이 낮아졌다고 하면 너무 허황된 상상일까? 작년과 올해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급격한 수비 불안정은 여러 가지로 의문이 든다. 그동안 그토록 칭찬했던 '삼성웨이'도 결국 선수의 개인 능력치에 의한 별 볼 일 없는 단순한 매뉴얼인 거라면 모르겠지만.
수비가 안됨에도 불구하고 계속 선발 출장을 한다면 류중일의 믿음의 야구 때문일까, 선수가 없기 때문일까? 류중일 감독은 한번 선수를 믿으면 끝까지 믿는다. 그래서 결과는 물론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지만(나믿가믿) 대체적으로는 괜찮게 돌아가는 편이다. 믿음의 야구로 대변되는 류중일식의 야구로 정규시즌 5연패는 정말 대단한 업적이니깐. 하지만 슬럼프에 빠진 선수의 경우 오히려 그런 믿음이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도 하며, 감독의 마음에 들면 그 선수만 고집하기 때문에 팬들의 지탄을 받는 게 류중일의 믿음의 야구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 선수만을 고집하는 건 불통의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다.
류중일 감독은 기회는 주어졌을 때 잡아야 한다고 늘 말하지만, 정작 기회가 안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늘 기회를 받고 있는 선수들은 다 30대의, 예전부터 유망주 소리를 듣던 그런 선수들 뿐이다. 물론 선수가 경기에 출장할 때는 나이 어린 게 우선선발 대상감은 아니지만, 올해나 작년이나 1군 선수들의 이름은 거의 대부분 똑같다. 왜 타 팀에서는 최근 입단한 선수들이나 중고신인들이 1군에서 신선함을 주는데, 우리는 없는가? 우리 코치진이 무능해서라 던 지 우리 선수들이 능력이 안 되는 선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퓨처스도 성적이...ㅠㅠ)
유망주가 아니더라도 퓨처스에서 출중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선수, 혹은 포텐이 보이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퓨쳐스와 선순환이 될 수 있다. 내가 아무리 퓨쳐스에서 잘해도 1군에 올라갈 수 없음을 안다면 동기부여가 안된다. 왕조를 이루었던 선수들 오승환,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같은 선수들이 어떻게 컸는지 기억하는가? 선동렬이 베테랑들을 내치면서 기회를 주어 성장한 선수들이다. 선동렬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여하튼.
물론 기회를 준다고 해서 다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는 환경에서는 성장할 수 없다. 그렇기에 리빌딩이 어려운 것이다. 5년간 우승하면서 유망주를 더 키웠어야 했다. 우리는 매년 1명의 스타들이 탄생하는 것을 두고 화수분 야구라고 했으나, 사실 편협한 정의였던 것 같다. 박해민이 나타나고 구자욱이 나타난다고 우리 팀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각 포지션마다 경쟁할 수 있는 자원들이 있고 그 자원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 화수분 야구다. 화수분 야구를 실현하는 데 있어 기본과 원칙을 가지고 팜을 운영해 나갔으면 한다. 넥센의 경우, 스프링캠프를 가기 전에 등급(?)을 나누어 일 년간 준비를 시킨다. 선발투수조, 불펜투수조 등등... 자기의 일을 명확히 알고 일 년간 준비하는 것이다. 퓨쳐스에서도 그것만 준비시킨다. 그러다 선발에서 구멍이 생기면 퓨쳐스에서 선발로써 갈고닦고 있던 선수 중에 한 명이 올라온다. 이 얼마나 공정하고 깨끗한 운영방식인가. 꼭 이렇게 하라는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우리만의 원칙과 기본이 있어서 납득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