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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근무

본분 2013

by 정한별

하늘 별 총총 박힌 위병근무를 설 때나 되어서 남자란 아둔의 질주는 생각에 잠겨 엄마를 만난다.


갑자기 첫새벽 제가 잠든 새 달그락 거리던 엄마의 설거지 소리, 오만가지 음식의 맛과, 그랬던 그 노고가 밀려온다.

가만히 하늘에 "어머니" 불러보지만, 이미 지난 시절 인연.


제대를 하고 나서야 첫새벽 부엌에서 분주히 기운을 쏟고 계신 어머니의 무릎을 움켜쥐고 와락 눈물을 쏟는다.


어머니 "아들아 무슨 일이니? “


"아, 어머니의 이런 희생이 없었다면 저희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


어머니의 단호한 음성이 가슴을 때린다.


"아들아, 난 두 부모의 자식과 며느리로, 네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무엇인가를 희생한 것이 아니다, 난 나의 삶을 살았을 뿐인, 그저 내 일, 나의 본분을 다한 것뿐이다. “


살면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것이 커다란 착각임을.

사람에게 정당하게 살아가는 일은 그저 본분일 뿐이다.


요리, 육아, 설거지, 청소, 빨래, 정리정돈, 그 외 모든 일들에 남녀 경계를 두는 아버지들이 사라지면, 조금은 달라진 세대를 맞은 진화가 맞다.


많은 아버지들 아무 돌아봄 없이, 은퇴나 퇴직 이후, 가족에서 사라지는 '자기'가 아련하다.


몫은 경계가 없다.

그리고 적적하고 비어버린 것 같은 외로운 시간은 남자에게 잃어버린 많은 것을 다시 만나게 한다.


이 높고, 빈 하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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