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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惡化一路 2013

by 정한별


머리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흰 수염의 노인이었고


여자도 남자도 아닌 음성으로 한마디 돌아보며

거울을 던졌는데

훌쩍 뛰어오를 때는

흰 두루마기 속에서 학의 다리와 날개가

분명하였다.


혹시 거울 속에 그대는 밑 빠진 독으로

사랑을 뜯어먹고사는 불쌍한

그대의 슬픈 직업(職業)을 바라본 적 있는가?

그리하고도 '베풀고 살고 있다'라고 錯覺하는 中은 아닌지?


진짜를 볼 수 없었다면, 그만큼의 가짜를 본 것이다.

안녕, 이제는 닿지 못하는 구멍에 安寧!

어울리는 적당(的當)을 찾기를!

학의 눈망울에는 분명 꺽꺽거리는 울음이 비쳤으나, 음성으로 念波는 변조되었고,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슬픈 울음이었다.


소심한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어, 길가에서 오도카니 사탕을 기다리다가,

고약한 밤 꽃을 실컷 마신 질색, 그대로 시집간 어린 그 소녀(小女)의 얼골로 깨어났다.

희한한 꿈에서 깨어

희한한 이곳에서 무에 그리 배가 고픈지, 모오든 인간은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거울을 일단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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