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떤 국제 조약돌 인터뷰

이청준 선생 그리며 2019

by 정한별


프랑스에서 육사로 날아와 불문학을 가르치시던 모 교수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한국문학 작품들을 곰곰 읽다가 당시 육사 국문과 김종윤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 문학가들 중 이청준 선생을 만나고 싶습니다. 방법이 있을까요?"

김종윤 선생은 정현기 선생께 전화로 이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정 선생은 이청준 선생에게 곧 전화를 하여 "청준 형, 요즘 독자 관리는 좀 하우?"


"무슨 일이 있는가?"

"프랑스에서 형 작품을 읽은 교수가 형을 꼭 보고파하는데?"


이렇게 마련된 자리에는 이청준 선생, 프랑스 교수와 아내와 처제, 정현기 선생, 김종윤 교수, 통역을 해 줄 이상빈 교수(<나폴레옹의 학자들> 저자, 당시 외대 재직)가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야기가 오가고, 프랑스 교수는 매우 진지하고 깊은 질문을 이어갔다.


"당신의 작품 속에는 흰, 흰빛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러 가지 날카로운 질문을 받으시던 이청준 선생께선 깊이를 지닌 여러 궁금증에 대하여 자뭇 흥분하셨다고 한다.


"흰, 흰빛은 깨끗함이에요. 우리는 맑음과 밝음을 깨끗하다 하고, 이를 쫓아 살아감을 말해 두었어요."


자리가 파할 무렵 이청준 선생은 "혹시 한국 작가의 집에 가본 적이 있는가?"물으셨고, 자리는 선생의 집으로까지 거나하게 이어졌다고 한다.


선생의 집에는 작은 조약돌들이 매우 많았는데, 이는 가시는 곳마다 그곳의 조약돌을 주워 모으신 까닭이었다. 일일이 그 돌들의 고향과 정취, 품었던 주변 풍경을 하나 틀림없이 기억해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윽고 "한국 문단에 노래 잘하는 이가 하나 있는데, 그 자가 바로 정현기요."로 시작된 노래가 이어 이어 프랑스 교수, 아내, 처제, 이청준 선생..... 밤새 끊임이 없었다고 한다.


멀리 프랑스의 노래 품은 조약돌은 아직 쥐었던 손의 그 온기가 남아 있을까?


상상이 이어져 염파가 자꾸만 프랑스로 굼실 날아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