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 속 책 냄새
깨알 같은 글자들 나 좀 맡아주오 아우성 소리
갈갈 솥뚜껑 같은 버럭
소리 질러 숨 죽게 하고
조그맣게 웅크려 잠으로 덮어버린 지금
꿈엔
개미만 한 노인들 홀연히 나타나
끝없는 줄을 서서
맨 앞부터 넋두리를 시작한다
허연 수염 엉긴 입술 달싹이며
"내 생전에 이루지 못한 바라"
못다 한 이승의 미련 떨어뜨리며
맑지도 탁하지도 않은 안개처럼 사라져
줄을 벗어난다
그리고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내 생전에 이루지 못한 바"
구슬프고 구슬프게
주억거린 후 다음 할아버지께 차례를 내어준다
끝도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들 앞에 홀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점점 부아가 치밀고 진력이 나
듣는 둥 마는 둥
그저 꾸벅꾸벅 졸린 인사 절만 대강 하며
끝도 없는 도리질만 하고 있었다
줄 끝, 어찌 당도하였는지
골방 안,
내가 잠든 것 같이
조그맣고 동그랗게 등을 말고 모로 누운 쭉정이
작고 작은 노인네가 훌쩍훌쩍 울고 있다
다가가 툭 건드리며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생전에 무얼 그리 못 이루시어
여기 누워 울고 있소, 하였더니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할아버지 얼굴인지
소년이라고 믿는
내 얼굴의 소년 인지도 모를
소년이 흐느끼며 말하기를
나는 단군이야
나는 너인데 아무도 나를 몰라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외로움을 토하였다
잠결에 그만 엉엉 따라 울고 말았다
눈물 젖은 베갯잇 겸연쩍어 문득 둘러보니
햇살이 서로를 참 몰라보는 빤한 세상을 비추고 있다
골방지기 잡도리를 차리고
웅성대던 깨알 글씨 삼천 개 호주머니에 넣고 일어서자
아문瘂門에 째-앵하니 침을 맞는 통증이 꽂혀온다
밤새 주억거리던 할아버지들
나를 놓고 한 울음이나 울어본 녀석이라야 업힐 것이지
걀걀 거리며 뒷덜미에 자석처럼 철썩철썩 들러붙어 떠들어대고 있었다
마당으로 나가 큰 숨
그 입을 막고
두 팔로 원을 그리자
팔이 긋고 지나간 자리에
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천수千數,
관음觀音의 소리가 줄줄 따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