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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2013년 애련설

by 정한별

개 중에 진돗개의 충성심은 말할 것이 없다.

유년시절 언젠가 수 일은 굶은 듯한 흔적의 진돗개가 장안동 집으로 들어온 일이 있다.

밥을 주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으나 며칠을 하늘만 보고 눈가를 촉촉이 적시다가 그만 굶어 죽고(餓死) 말았다.

할아버지께서 안타까워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저 개는 주인을 잃고 삶을 놓아버렸다."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진돗개가 유독 그 유대를 지켜냄이 강하오니, 서로 맺고 사랑을 하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이만 못하다면 이러한 사람살이를 더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개 중에는 일명 권총(주인이 바뀌어도 복종하는)인 셰퍼드와 도베르만, 핏불과 하운드 등 수많은 외래의 좋은 품종들이 많이 있지만, 삽살개와 진돗개, 풍산개들처럼 토종이면서 충성심이 강한 개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사랑에 끊임없이 집중하는 것, 사람이 개만도 못해서는 인류의 미래가 없는 것이다.


식물 또한 제 절개를 지키는 처절한 지조가 있지 않은가? 부귀영화 모란을 탐하고, 그 상징들이 세속적인 꽃들을 사랑하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주돈이처럼 유독 연꽃을 사랑한 자가 있었고, 매화를 아끼던 자가 있었으니, 각 생명의 품격을 자리매김하는 정신에는 반드시 그 절개와 죽음을 불사하는 치열한 그리움, 끊임없는 구애가 반드시 존재하여야 마땅한 일이다.


칠렐레 팔렐레 쉴사이 없이 사랑을 방치하는 자, 마땅히 제 격을 버린 셈이다.

그 生意, 가치와 격에 대해 무엇을 말하겠는가?


시 몇 수로 눈을 뜨다.


조선 - 송구봉


桐千歲老恒藏曲(동천세노항장곡)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늘 가락을 지니고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평생 춥고 배고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염계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

愛蓮說 애련설


水陸草木之花 可愛者甚蕃 晉陶淵明 獨愛菊 自李唐來 世人甚愛牡丹

予獨愛蓮之出於 泥而不染 濯淸漣而不妖 中通外直 不蔓不枝 香遠益淸

亭亭淸植 可遠觀而不可褻玩焉 予謂菊 花之隱逸者也

噫 菊之愛 陶後鮮有聞 蓮之愛 同予者何人 牡丹之愛 宜乎衆矣


'물과 뭍에 있는 초목들의 꽃 중 좋아할 것이 매우 많다

진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좋아하였고, 당대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매우 좋아하거늘, 나는 홀로 "연꽃이 진흙에서 나왔으되 오염되지 않았고, 맑은 물결에 씻기면서도 요염을 떨지 않으며, 중심은 비어 있으나 밖은 곧고, 덩굴과 가지를 뻗지 않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으며, 곧고 우뚝이 정결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

가히 멀리서 그윽이 바라볼 수는 있으나 가까이서 함부로 희롱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노라.


나는 이르건대, 국화는 꽃 중의 은일자요, 모란은 꽃 중에 부귀한 자요, 연꽃은 꽃 중에 군자이다.


아! 국화를 좋아한 자 도연명 이후 들려옴이 드물고, 연꽃을 사랑하여 나와 더불어 그릴 자 그 누구인가?

모란을 좋아하는 자 많음이 오히려 그러할 것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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