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소설가 유재주 아저씨(현 대한검도 공인 6단)를 따라가 대한검도 중앙도장을 가게 되었다. 당시 독립문 근처 미-대사관 부지 안에 있었던 경기여고의 체육관이었다.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가 전직 미국 대통령인 당시, 방한하기 전이었으니 그 비슷한 시기였다.
사설 도장이 외부에는 한 군데도 없었기에 도장의 풍경을 경험한 적이 없었던 어린 나는 밖에서 기합에 질려 안으로 들어가기가 참 무서웠다.
앞에서 서성거리며 일어나는 묘한 흥분과 쾌감이 일었고, 무엇인가 속에서 꿈틀거리는 기운을 감지하게 하였다.
도장에 진입, 땀과 기합, 마루를 울리는 소리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만 같았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검도는 몇 년 후에 대한검도협회 중앙도장이 사라지고 차츰 도장들이 외부에 세워지게 되었을 때 다시 시작되었다. 1992년 처음 독립문 근처 큰 뜻으로 개관하게 된 '세검관'의 이한식 관장님에게 가서 수련을 하게 되었고, 그 당시 중앙도장으로부터 함께 자리하신 검도인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당시 이한식 관장님(현 7단 교사)과 서남철 사범님(현 7단 교사)을 필두로 쟁쟁하신 검객들의 열기는 순수하고도 대단하였다. 이한식 관장님의 아드님과 왕래도 잦았고, 트럼펫을 불던 친구였기에 음악적으로도 통하는 부분이 참 많았다.
검도 수련의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었고, 힘을 씀은 점점 아래의 순서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게 됨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1. 근육
2. 정신
3. 뼈(진기)
4. 무위
틈틈, 역치(Threshold value), 문턱 값을 올리는 재미를, 맛을 알게 된 운동은 마냥 미친놈처럼 산을 뛰어다니며 신나는 소년으로 살게 하였고, 다른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연기(緣起)와 발기(發起) 마저 없는 상태인 무위의 단계는 다 알고 있다 말하지 못하더라도, 근육의 힘과 정신의 힘마저도 다 사라지고 나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누군가 새롭게 들어 찬 것처럼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신기한 상태를 몇 차례 체험을 해볼 수는 있었다.
검도는 그 예식과 복식, 지도서와 일련의 구전 전설 등이 일색이 창연하여 마치 일본의 무사와 같이 느껴지는 이질감을 제외하고는 참 좋은 운동으로 삼아 오래도록 간직할 만하다 할 수 있다.
특히 검의 운용과 문예(文義) 씀이 하나와 같기를 꿈꾸시는 소설가 유재주 선생님, 외길 변함없으신 이한식 관장님과 같이 꿋꿋한 정신을 가슴에 품어 간직하는 것은 물론 나의 소망이기도 하다.